무대위에 되살아나는 ‘아! 고구려’

안악 3호분 미스터리 동명성왕의 건국記
광개토대왕의 활약상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한·중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구려를 소재로 한 공연들이 줄을 잇고 있다. 9월 10일에는 안악3호분의 미스터리를 다룬 창작뮤지컬 ‘안악지애사(安岳之愛史·연출 윤정환)’가 개막하고 10월에는 고구려의 시조(始祖) 고주몽의 이야기를 다룬 대형 그림자극 ‘동명성왕’(연출 박주영)이 공연된다. 또 뉴서울오페라단(단장 홍지원)은 내년 공연을 목표로 작곡가 나인용(연세대 교수)의 창작오페라 ‘아! 고구려! 광개토 호태왕’의 제작에 들어갔다.
‘안악지애사’(코엑스 오디토리움)는 황해도 안악군에 있는 안악3호분의 주인이 고구려 미천왕(300~331)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미천왕의 아들 고국원왕(331~371)은 연나라로부터 아버지의 시신을 되찾으려고 전쟁을 계획하고, 신하들은 고국원왕에게 정혼녀가 있음을 알고도 연나라 공주와의 결혼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깊어진다. 주작, 백호, 청룡, 현무 등 고분벽화의 환상적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무예, 사신행렬, 동맹축제 등이 펼쳐져 볼거리가 적지 않다. 또 주인공들이 안악3호분에 순장되는 결말로 비장미를 더한다.

공연장 입구에는 나전칠기로 재현한 안악3호분의 벽화 모형과 고구려 관련 유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연출을 맡은 윤정환은 “이 뮤지컬은 2년 전부터 준비된 것으로, 이슈의 물결을 탄 상업작품이 아니다”라며 “역사적 고증보다는 픽션을 통해 고구려인의 진취적 기상과 낭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명성왕’(10월 3일부터 한국문화의집)은 교육극단 달팽이가 해마다 한 편씩 만들 계획인 고구려 프로젝트의 첫번째 작품이다. 일찌감치 기획 중이었지만 최근 고구려사 왜곡이 이슈가 되면서 공연을 앞당긴 경우다. 앞으로 ‘광개토대왕’ ‘살수대첩’ ‘연개소문’ 등 모두 6편의 고구려 관련 연극을 만들 예정이다.

‘동명성왕’은 알에서 태어난 고주몽이 고구려를 세우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자극이다. OHP필름으로 인형과 배경을 만들고 거기에 빛을 쏴 막에 비추는 방식. 공연 직후 관객들의 질문을 받고 직접 인형을 조종해보는 시간도 마련한다. 연출을 맡은 박주영은 “고구려사 왜곡에 항의하는 의미가 없지 않다”면서도 “정치인의 주장이나 학자들의 고증보다는 우리 삶 속에 문화로 살아 있어야 진짜 우리 역사라는 생각으로 공연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고구려를 소재로 한 공연들이 나오는 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즉각적인 공연계의 반응이라고 보긴 힘들다. 제작 과정에서 타이밍이 맞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명화 연극평론가는 “역사는 비유적인 표현이 열려 있고 낭만적인 즐거움도 크기 때문에 공연의 소재가 돼 왔다”며 “시류에 편승한 졸속 공연인지 아닌지는 실제 공연의 질이 증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 박돈규 기자 2004-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