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83년 정부연구기관 `만주진주`표현 문제삼아

중국외교부, 한국특파원들에 이례적 적극 홍보

한·중이 24일 고구려사 문제에 대해 5개항의 ‘구두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중국의 맞불작전이 집요했다는 후문이다.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은 23일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 주최 만찬에서 고성까지 불사하며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만찬은 술자리로 이어져 자정무렵까지 무려 4시간동안 계속됐다. 지난 20일 부임 한지 불과 사흘만에 급파된 우 부부장이 자리까지 내걸고 ‘목을 멘’ 사안은 “한국도 향후 역사왜곡 시도가 중단돼야한다”는 요구였다. 예로 든게 83년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발행한 ‘만주진주’ 표현이었다. 중국 동북지방의 회복을 주장하는 학계의 사례도 들고나왔다. 그러나 최 차관은 “중국은 정부가 왜곡에 나섰지만, 우리는 정부 차원의 왜곡은 전혀 없으며 산하 연구기관도 중국과 달리 정부에서 독립된 기구다”고 맞받아쳤다. 우 부부장은 막판까지 상호주의를 담은 합의문 요구를 굽히지 않았고 이 대목에서 고성까지 질렀다. 최 차관은 이에 “서로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각자 발표하자. 잘못한 것은 중국인데 왜 쌍방이 시정하느냐”고 승부수를 던졌다.

중국 국가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26일 방한을 앞두고 특명을 받은 우 부부장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우리측 요구를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고구려사와 관련한 한·중 외교부간 5개 구두 양해사항이 알려진 24일 오후 중국 외교부는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극히 이례적인 대응을 보였다. 외교부는 5개항의 합의사실을 즉각 공식 발표했다. 또 언론담당인 신문사(新聞司·신문국)를 통해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에게 양해사항에 대한 외교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물어줄 것을 요청했다. 북한이나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질문이 있을 때면 마지 못해 교과서적 코멘트만 해오던 것을 상기할 경우 진짜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 더구나 신문사는 한국특파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도 일일이 팩스로도 보내왔다. 합의사실에 대한 자료는 다른 베이징(北京) 주재 외국 특파원과 관영 언론에도 전달됐다.

중국 외교부가 이처럼 전례 없는 대응을 보인 것은 무엇보다 구두 양해 사항의 내용에 대해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단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과 곧 있을 자칭린 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방한에 대비한 생색내기 차원에 따른 대응이라는 해석 역시 가능하다.

(문화일보 / 홍순도특파원·김상협 기자 2004-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