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인식 여론조사] "중국에 외교적 대응을" 53%

'(고구려사 왜곡 때문에) 중국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받았다'(75%), '중국은 미국보다 중점을 둬야 할 외교 통상국이다'(62%)….

중앙일보가 성인남녀 826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사 인식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은 고구려사 왜곡에는 분노하지만 중국은 미국보다 중요한 외교통상 상대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응답자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사실을 알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도 해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구려사 왜곡 자체에 대해서는 격앙된 반응이 가장 많았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화가 났고 중국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했다'(43%)고 답했고, 역사왜곡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력을 길러야겠다'는 답변(32%)이 뒤를 이었다.

'왜곡한 이유를 고민하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소극적 응답(10%)과 '고구려사 등 역사 지식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한 사람(10%)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조사 대상의 75%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중국에 대한 생각이나 이미지에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중국(62%)은 여전히 미국(33%)보다 더 중요한 통상 상대국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주의적 사고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고구려사 왜곡을 '정치외교적' 사안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중국에 대한 정치외교적 대응(53%)이 학술적 대응(44%)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런 반응은 외교적 대응보다는 장기적.학술적 대응에 무게를 싣고 있는 정부의 입장과는 차이가 난다.

고구려연구재단 최광식(고려대 교수)상임이사는 "탈(脫)미국.친(親) 중국 분위기로 나아가던 한국인이 고구려사 왜곡으로 중국을 종전처럼 막연한 우호국으로 생각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주요 통상국으로 꼽은 것은 주변 강대국과의 다원화 관계를 바라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2004-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