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및 양안관계의 명암<中>] 北·대만 고립…동북아 구도 변화

양지가 있으면 그늘도 있다.

지난 12년 동안 한·중 관계가 양지였다면, 한·대만 관계는 그늘이었다. 한국은 대만과 일방적으로 국교를 끊었고, 중국은 북한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도 미묘한 긴장이 형성돼 동북아의 역학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 북한과 대만의 고립 = 북한과 중국이 서로를 맹비난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최근 벌어졌다. 지난 20일 중국 톈진 사회과학원 대외경제연구소는 동북아 정세에 관한 논문에서 “(북한이) 자연재해로 인민의 생활은 최악에 달했지만 (김정일) 가족의 세습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극좌정치와 정치박해를 대대적으로 저지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음날 재일조선인총연합회는 기관지 조선신보 시론을 통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일본의 역사 교과서(왜곡)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며 “고구려의 찬란한 역사를 탈취하고 조선 주권을 침해하려는 패권주의와 대국주의의 경향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반격을 가했다.

12년 전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이 미리 김일성 주석을 초청해 배경 설명을 하는 등 북한을 배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중국이 북한을 점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북한이 방해가 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만 고립은 지난 12년 동안 더욱 심각해졌다. 한국의 일방적인 국교 단절은 외교적 고립의 절정이었고,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야당이 등장하면서 중국과의 대립,긴장은 더 격화됐다.

◇ 양안관계와 한반도 = 중국의 공세적인 대외정책은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아이러니를 가져왔다.

미국이 21세기 최대의 경계 대상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경제·군사 차원에서 대비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국은 일본과 공동으로 중국의 대만 공격에 대비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주한미군 등 동북아 지역의 병력을 중국을 향해 재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당장엔 ‘화평굴기(和平堀起)’를 내세우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고구려사 문제에서 보듯 자신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관철해가고 있다. 이 같은 동북아 정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의 군사 충돌이 현실화됐을 때 주한미군이 당장 출동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한반도는 뜻하지 않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지난달 통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중국은 대만을 차지하기 위해 한반도 문제를 미국에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양보란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중국과 국교를 맺고 있고, 북한과 교류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은 어느새 이 같은 동북아 정세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한·중 수교 12주년은 그동안의 성과보다 더 큰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국민일보 / 김지방 기자 2004-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