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구두 양해사항' 어디까지 효력있나

한국과 중국 정부가 5개항으로 이뤄진 `구두 양해사항'에 합의함으로써 24일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한 논란에 `쉼표'를 찍었다.

당초 우리측은 이 문제를 확실히 다루기 위해 `양해사항'보다는 `합의문' 형식으로 하자고 중국측을 압박했으나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일단 구두로 상호 양해한 뒤 계속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한 발 양보했다.

`양해사항'이란 말 그대로 `그렇게 서로 이해하기로 양해했다'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게다가 `구두 양해사항'일 경우 문서로 명시한 양해사항보다 상대적으로 구속력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우리정부는 중국측에 좀 더 책임감을 지우기 위해 문서화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던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이날 "양해사항보다는 정확한 합의문 형식으로 하려 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한이 있었다"고 말한 대목도 이를 반영한다.

국제적으로 양국관계 또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합의 형태는 국제법 규율을 받는 `조약'(treaty)이다. 여기에는 `협정'(agreement), `약정' (arrangement), `협약'(convention), `헌장'(chart) 등이 있으며 이를 서명할 때에는 반드시 법적 권한을 가진 사람이 서명해야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양국간 양해사항은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적'으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구속력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양해사항처럼 정치적 구속력을 갖는 형태로는 양국간 공동성명, 공동발표문, 공동언론발표문 등도 있다.

이날 고위 당국자가 "양해사항 자체는 상당한 구속력이 있다"고 설명한 것은 바로 `정치적 구속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합의문'이라는 우리측 요구를 피하기는 했지만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한국과 합의한 `양해사항'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지만 `양해사항'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인 만큼 우리정부의 보다 강화된 `경계의 눈초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고위 당국자가 "고구려사 문제의 완전한 해결보다는 의미있는 첫걸음이며 앞으로 경각심을 안늦추고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연합뉴스 / 이상헌 기자 2004-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