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혼’ 거침없는 드라이브

6세트 9-9서 파워드라이브, 내리 2점 따내며 금빛 환호, ‘이면타법’ 철저대비 6전7기

세계 최강 중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통쾌한 승리였다.

6세트 10-9 상황. 유승민의 파워 넘치는 드라이브 공격을 왕하오가 받아냈으나 공은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그것으로 승부는 끝났다. 유승민의 4-2 완승.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6년만에 한국탁구가 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 유승민은 벤치로 달려가 김택수 코치와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며 감격을 나눴다.

23일 밤(한국시각) 아테네 갈라치 올림픽홀에서 열린 탁구 남자단식 결승전. ‘탁구 신동’ 유승민(22·삼성생명)이 중국의 21살 신예 왕하오를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쾌거였다. 올해 코리아오픈에서 1-4로 패하는 등 왕하오와 6번이나 싸웠으나 모두 졌기 때문이다. 왕하오는 라켓 양면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이면타법’ 의 기량이, 류궈양→마린을 거쳐 완성됐다고 극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나 유승민이 격파하기에 힘든 상대로 여겨졌다. 그러나, 유승민만은 ‘이면타법의 왕자’인 그를 많이 연구해왔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결국 유승민의 자신감이 허풍이 아니었음은 결승 무대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대회 직전 삭발로 결의를 다져온 유승민은 2주일 전 다쳤던 허리통증이 남아있음에도 특유의 파워 넘치는 드라이브로 왕하오를 시종 밀어붙인 끝에 감동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유승민은 이날 초반부터 자신의 장점인 포핸드 드라이브 공격으로 왕하오를 무력화시켰다. 0-2로 출발이 좋지 않았으나 내리 8점을 따내며 8-3으로 앞서나갔다. 결국 11-3의 완승.

1세트를 기분 좋게 따낸 유승민은 2세트에서는 왕하오의 ‘이면타법’에 의한 백핸드 공격에 말려 9-11로 내줬다. 하지만 유승민은 기가 죽지 않았다. 3·4세트를 거침없는 드라이브 공격으로 내리 11-9로 이겼다. 3-1로 우승이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5세트 들어 잦은 범실로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11-13으로 내줬다.

6세트는 완전한 유승민 페이스. 한 때 9-9 동점을 허용했으나, 장기인 포핸드 드라이브로 왕하오를 공략하며 내리 2점을 따내 50여분간의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승민은 “긴장은 됐으나 자신있게 왕하오를 밀어붙였다”며 “침체된 한국탁구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200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