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역사왜곡 막으려면…

사람이 물을 마실 때도 이 물이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를 생각하는 법(飮水思源)인데, 하물며 민족의 존재를 생각하면서 그 뿌리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한 민족의 역사는 그 민족의 존재 이유가 되는 것이며, 특히 고대사는 그 민족 정체성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명천지에 우리 고구려 역사가 중국 역사에 편입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의 역사교육이 안고 있는 맹점에 대한 자성(自省)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중국을 비난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방법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가?

첫째로 남한의 역사교육이 안고 있는 신라중심사가 끝내 이런 참극을 가져왔다.

남북 분단의 결과 공교롭게도 북한은 고구려 땅에 자리 잡고 있고 남한은 신라 땅에 자리 잡고 있는 탓에, 이것이 정통 논쟁으로 확대되어 남한 사학에서는 신라를 정통으로 보면서 고구려사 연구를 소홀히 한 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신라가 최후의 생존 국가였다는 논리는 가능하지만 삼국의 정통일 수는 없다. 이 점에서 남한의 역사교육은 균형을 잃고 있었다.

둘째로 한국의 역사학은 지나치리만큼 비분강개에 빠져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참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역사는 속지주의적(屬地主義的) 성격이 있어서, 마치 뉴멕시코의 역사가 멕시코의 역사가 아니라 미국의 역사이듯이, 지금 그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그 지역의 역사를 포괄한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정서를 가진 일부 열혈 민족주의자들이 봉고차에 ‘만주는 우리 땅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달고 연변(延邊) 시가를 달림으로써 중국인을 자극한 것은 참으로 지혜롭지 못한 처사였다.

셋째로 남한측의 대응에는 역사아마추어리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이 문제를 맡고 있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이는 정부 대표들이 마치 국제통상을 위한 협상을 하듯이 역사를 다루는 자세를 버려야 함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역사학을 한다는 사람들도 많은 실수를 하고 있다.

예컨대 얼마 전에 중국 남송과 청나라의 지도에 고구려가 한국 땅임을 보여준다는 기사가 도하 신문을 장식했을 때 모든 신문이 ‘고구려는 한반도 국가’라는 표제를 달았다. 그들은 고구려가 우리 땅인 줄로만 알았지, 고구려가 한반도에 있었다는 주장이 얼마나 유독한 반도사관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좀더 냉정한 자세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대사를 소환한다느니 하는 턱도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전문가들이 나서서 우선 균형 있는 역사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면서 중국의 지식인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어차피 정치적 이유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중국의 지식인마저 역사 왜곡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일말의 희망이 있다. 중국의 최고 지식인들은 그렇게 지각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결국 동북공정은 우리의 실수였다. 인접 국가 사이에는 동일한 역사를 공유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중국에 대한 일정한 체념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해야 할 바를 해야 한다.

그것은 학자들의 피나는 연구를 의미한다. 자기 공부가 부족한 것은 모르고 중국을 탓하는 것은 비루한 일이며 역사학자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공자께서는 이와 관련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속으로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공부 안 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思而不學則殆)

<신복룡 건국대 교수·정치사>

(세계일보 200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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