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밀월관계 이상기류

지난 4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 이후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던 북·중 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북한이 중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이지만 드러내고 있고, 북핵 6자회담을 둘러싼 북·중 간 이견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가 발행하는 조선신보는 21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대국 쇼비니즘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신보의 이같은 보도는 북한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언론매체를 통해 고구려 유물과 유적을 소개하며 역사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조선신보의 보도가 중국의 국책연구소가 북한의 정치제제를 비판한 데 이어 바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중국 사회과학연구소 산하의 톈진(天津) 사회과학연구원 대외경제연구소는 격월간지 ‘전략과 관리’ 최신호를 통해 북한의 세습정치와 핵개발을 조목조목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국방위원장이 세습정치를 유지하기 위해 극좌정치와 정치박해를 하고 있다며 북한의 가장 민감한 부분까지 건드렸다. 이번 논문은 일개 연구소의 견해이긴 하지만 이 연구소가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더 나아가 북핵 6자회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입지가 줄어든 중국이 북한의 경직된 자세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22일 북핵 4차 6자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회의 일정 조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열의를 잃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 18∼20일 베이징에서 실무회의를 갖자고 각국에 타진했으나 북한이 난색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이 뉴욕 개최를 제의했으나 이것 또한 북한이 반대하고 나섬으로써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신감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신문은 회담 장소가 베이징 외에 다른 도시가 거론되는 자체가 중국이 북핵 6자회담에 대해 흥미를 잃고 있다는 표시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같은 기류들이 중국과 북한정부 간의 본질적인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관측이 많기는 하다.

(세계일보 / 박호근 기자 200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