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고구려사왜곡' 현장체험기

여당 의원들이 중국의 고구려사 역사왜곡 현장에서 중국 학자와 설전을 벌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중국측은 특히 고구려사 관련 박물관에 대한 의원들의 사진촬영 조차 차단하는 등 `보안'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4박5일간 중국 동북지역 유적을 둘러보고 지난 20일 귀국한 11명의 바른정치실 천연구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따르면 중국측은 고구려의 옛 수도였던 지안(集 安)시 박물관으로 방문단을 초청, 역사강의를 했다는 것.

이들은 먼저 박물관 로비에서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적힌 표지석을 소개한 뒤 고구려가 한나라 복장을 한 채 한나라 사신을 맞이하는 그림과 진나라에 보낸 문서에 `진고구려'라고 찍힌 관인을 그 증거물로 제시했다.

중국측은 이어 의원들이 머문 숙소에서 가진 토론회에서도 역사왜곡 자체를 부정하면서 `진정성'을 강조하려 애썼다.

지안박물관장 출신으로 동북공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중국의 겅톄화(耿 鐵華) 박사는 "사회주의 체제상 연구비를 국가에서 주지만 학자의 양심에 따라 연구하고 발표한다"며 "고구려가 옛날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참다못한 구논회(具論會)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돈을 국가에서 대고 있다는 당신 말대로라면 자유로운 연구와 발표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삼국시대가 고구려.백제.신라였다는 사실을 삭제한 중국 외교부의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겅 박사는 "한국에도 학자들 사이에 이런 저런 견해가 있다"면서 "나는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는 당원도 아니고 학문적 연구결과에 따라 말하는 학자"라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김현미(金賢美) 의원은 "중국 학자가 확신범 수준이었다"며 "고구려사 전공 교수가 고작 2명에 불과한 우리나라와 달리 수백, 수천명에 달하는 중국인 만큼 우리로선 매우 신중하고 체계적인 중.장기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고 말했다.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현지를 둘러보니까 우리 정부가 단기적 대응보다 민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대응논리를 만들어가는 등 치밀하게 대처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조만간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여당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 김재현 기자 200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