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史 왜곡 바로 잡을게요”
경북과학대 관광중국어학과 25명 중국학기제 통해 민간사절단
역할
“중국어 실력도 늘리고, 중국의 고구려 역사 인식도 바로 잡기 위해 중국으로 떠납니다. 4개월 동안 민간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할테니 지켜봐 주세요.”
경북과학대학교 관광중국어학과 학생 25명과 이용진(李龍鎭·48) 교수는 이 학교에서 도입한 ‘현지 학기제’에 따라 지난 21일 중국의
자매대학인 화북과기대학에서 1학기 교과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
99년부터 올해로 5번째 중국으로 떠나는 셈이지만 이번에 참가하는 이들의 마음가짐은 사뭇 다르다고 한다. 중국이 최근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작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해 중국사에 편입시키려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착잡했어요. 중국어를 배우는 이유 중의
하나가 중국과 한국의 원활한 대화를 위한 것이잖아요. 아직 실력이 출중하진 못하지만 열심히 공부해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올
예정입니다.”
관광중국어과 곽병일(24·1학년)씨는 “최근 민간사절단으로서의 책임을 깨달은 친구들이 모두 중국어 학습에 대해 뜨거운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4개월 동안 오전에는 중국어, 중국문화 등의 정규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현지 대학생들과 함께 1:1 개인교습, 그룹여행을 하게
될 예정이다. 오후 시간을 활용해 현지 대학생들에게 왜곡된 고구려사에 대해 알리는 시간을 마련하고, 특히 주말이면 중국 내 고구려 유적탐방에
나서며 스스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과정을 확인할 것이라 한다.
학생들을 인솔해 함께 출국하는 이 교수는 “일반 ‘중국어’ 학과가 아니라 ‘관광중국어 학과’이니만큼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인식과 지식이
남달라야 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이번 중국에서의 한 학기 동안 공부할 주제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잡고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와 25명의 학생들은 지난 여름 방학 동안에는 ‘고구려사 토론회’를 개최하고 자체적으로 ‘고구려사’ 학습을 하면서
‘민간사절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마음 속으로 다진 각오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랑, 중국어 능력 향상에 대한 의지, 자매대학간의 교류 활성화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과학대학교의 중국현지학기제는 자매대학간의 교류협정에 따라 1999년부터 지역대학으로는 최초로 시작됐다. 대학측은 “이를 계기로
한중문화교류를 추진하고 중국의 한류열풍에도 기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신지은 기자 2004-8-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