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사왜곡' 대응 양분

외교부 양국관계 위해 원만해결 희망 = 黨 `위대한 中華 중흥' 기치 지속

중국은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한 시도를 이미 수년전부터 시작했으나 아직 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 대응 방법을 놓고 내부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중국 외교부 사정에 밝힌 소식통들에 따르면, 외교부는 수교 12년만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중 관계에 손상이 와서는 안된다는 판단아래 합리적인 수준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산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위대한 중화(中華) 중흥'의 기치아래 `고구려사 왜곡'의 산실인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학생은 물론 일반 국민에게 `고구려사는 중국사의 일부'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외교부의 입장을 축약하면 이렇다. 한국인과 한국 정부 및 각계의 범국민적인 거센 분노를 가라앉힐 묘안을 찾아야 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라는 중론이다.

한-중 양국은 이제 경제.무역 방면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를 비롯한 각종 국제정치 현안에서 그야말로 `떼어놓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 어렵게 얻은 우방 한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외교상 대 실책이라는 자성이 일고 있다는 것.

외교부는 과거사에서 중국이 한국에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의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인식, 이에 걸맞은 예의를 갖추고 국가 대 국가로 공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귀띔했다.

외교부는 특히 한국이 이룩한 거의 기적에 가까운 민주화는 물론 국제통화위기( IMF)위기 당시의 금 모으기 운동, 월드컵 축구때 응원에서 나타난 한국인의 단결력과 저력이 고구려사 왜곡을 계기로 반중국 감정으로 표출되는 것을 조기 진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외교부가 한국통인 우다웨이(武大偉) 주일 대사를 아시아 담당 부부장에 전격 기용한 뒤 방한토록 할 정도로 한국와의 외교 마찰 조기 해소에 적극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나중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의 한국사를 모두 삭제하는 미봉책을 취하기는 했지만 홈페이지에서 고구려사의 한국사를 부인한 것은 그 뿌리가 깊어 조기 해결 전망이 밝지 않은 편이라고 할 수있다.

중국이 지난 1997년 대망의 홍콩 주권회귀를 이룩하는데 최소한 15~20년간의 치밀한 사전 준비를 거쳤고,`서남공정(西南工程)'이란 작업을 통해 티베트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면서 티베트 지배를 정당화한 전례 등을 보면 동북공정은 한-중 외 교적 협상으로 쉽사리 타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어두운 예감을 떨쳐 버릴 수없기 때문이다.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고구려의 세력권안에 들었던 동북 3성을 대상으로 한 동북공정을 뿌리를 찾아가면 위대한 중화민족의 중흥 기치가 걸려 있음이 감지된다.

동북공정은 표면적으로는 이 지방의 역사.현황을 연구하고 안정을 위해 당 중앙 승인아래 지난 2002년 2월 사회과학원과 동북 3성이 연합해 출범했다고 기술돼있지만 그 이전 당의 지시가 있었다는 흔적들이 군데 군데서 목격된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2000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당총서기 겸 국가 주석 이 중국사회과학원에 지시해 시작됐다는 헤이룽장성 헤이허(黑河)에서 발행되는 흑해일보(黑河日報)의 지난 2003년 8월6일자 보도도 한 예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동북공정은 낙후된 동북지방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원자바오(溫家寶)총리 주도의 `동북 진흥 계획'의 작은 일부분이 지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중국의 대중화(大中華) 정책과 소수 민족 정책 변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관측 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고려사와 발해사는 한국역사"라고 강조하며 북한과의 친선우호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던 1963년 당시의 중국 민족과 인접국 정책이 40 여년 지나면서 국력 증강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중화주의에 토대를 둔 패권주의 추구로 방향을 트는 조짐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대부분의 중국 대학 역사 교재와 현행 중.고 역사 교과서에 "고구려사는 한국사"로 기술돼있지만 `고구려사는 중국사'라는 표현이 확산되면서 `시민 계몽'에 나서고 있고 고구려 유물이 대량 있는 지린성 지안(集安) 등 일부 지방 정부들이 고구려사 왜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양분돼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조치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목전에 다가있다. 바로 중국의 내년 가을 학기 초.중.고교 역사 교과서 개정문제이다.

한국 정부가 중국 당국이 역사교과서 개정에 적용할 `역사 교과과정 표준'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 표준 여부에 따라 한-중간 역사전쟁의 향방이 가려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 조성대 특파원 200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