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터넷상 역사 오류에 무관심"

한국 역사 왜곡의 최대 진원지로 미국 컬럼비아대 온라인 백과사전과 중앙정보국(CIA)이 꼽힌다.

야후나 팩트몬스터 등 미국의 주요 포털.학습.관광 사이트는 두 기관의 자료를 기초로 한국사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 두 기관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들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컬럼비아대 백과사전은 고구려.백제.신라의 건국 시기를 실제보다 100~300년가량 늦춰 잡고 있고, CIA에서 매년 발간하는 월드팩트북에는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다.

컬럼비아대 백과사전 측은 반크의 시정 요구에 대해 "신뢰성이 있는 '기록물'(documented history)에 근거해 서술했고, 단군 조선은 신화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에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보다 중국.일본의 자료를 참고하고 있어 우리의 시정 요구를 받아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독일.영국 등의 교과서도 우리 역사 왜곡에 한몫하고 있다. 미국의 홀트 라인하트 앤 윈스턴이 발간한 세계사 교과서에는 "한반도는 고대로부터 중국이 점령했다"고 게재돼 있다. 스페인의 한 교과서에서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해외 교과서 제작 과정에 한국 전문가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적 한반도 역사에 정통한 하버드대 동아시아문명학과에도 한.중.일 교수의 비율이 3:18:15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전문가가 적고, 학계에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국내 학자들이 한국사의 국제화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박한제(동양사학)교수는 "학계에 알려진 영문 한국사 책 가운데 한국인이 집필한 것은 한우근 교수의 '한국통사'와 이기백 교수의 '한국사신론'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반크의 박기태 기획단장은 "정부가 인터넷상의 왜곡된 한국 정보에 너무 무관심하다"며 "한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된 만큼 이 같은 오류 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 이경용 기자 200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