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왜곡 규탄 북한도 나서라
4년여에 거처 준비해온 동북공정이 최근 밝혀짐으로써 한중관계에 긴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작업이 중국정부의 비호아래 진행 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를 위기까지 몰고 갔다. 고구려사를 중국의 변방사 또는
예속사 정도로 격하하여 서술했으며, 이를 내년도 대학 교재에 전면적으로 반영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구려사에 대한 이 같은 사관은 한국 고대사를 잘못 이해한데서 온 것이 아니라, 이웃 나라의 역사를 자신의 역사로 편입시켜 대국주의를
지향하겠다는 역사제국주의로 밖에는 이해 할 수 없다. 더욱이 동북공정은 최근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진타오 국가주석를 중심으로 중앙 정부의
주도아래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왜곡된 사관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추구해 나가야 할 21세기를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역사는 객관적 자료로써 사관을 수립할 때 비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일찍이 영국의 정치학자며 역사가인 카 (Edward Harrlet
Carr)는 “역사가는 사실상 특수한 것에 관심을 두지 말고 특수 한 것들 중에서 무엇이 일반적인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다고 갈파한 바 있다. 이는 역사가는 끓임 없이 일반화를 통해서 역사적 사실을 입증해야 비로서 역사적 기치를 발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사관은 객관적 타당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관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역사는 일방적, 주관적,
또는 자기폐쇄적인 것에 그치게 된다.
하나의 예로써 마르크스사관이 사회계급을 통한 경제적 이해 충돌이란 하나의 가설에만 근거하였다. 즉 일방적, 주관적 그리고 자기폐쇄적인
역사를 서술했기 때문에 20세 말에 붕괴하였다. 다른 예로써 히틀러가 통치 후기에 이르러서 아리안족과 북방인종을 위한 생활 공간을
건설하겠다는 극단적 인종적 민족주의사관을 만들어 가고 있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큰 비극을 인류에게 주었던가. 이 같은 중국의 사관 정립을
지켜 볼 때 지구촌화된 세계에서 상호 협력을 이끌어서 공존해야 할 시기에 매우 불행한 것 이며, 스스로 역사 왜곡을 중단하지 못할 때 마르크스
사관 또는 히틀러 사관이 범했던 과오를 범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과오가 아닐 지라도 중국 정부가 스스로 이 같은 역사제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쇼비니즘 (chauvinism)으로 빠져 자기 고립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
여론에 떠 밀려 뒤 늦게 항의 하기 시작한 우리 정부는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조속한 시정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은 한국의
대중국 항의성 외교에서 “지방대학이 교재로 선택하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며 또한 중국은 큰 나라이고 인구가 많기 때문에 각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일일이 통제하지 못한다.” 라고 항변했다. 이것은 중국 정치인들이나 학자들이 이웃 나라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해석할 의사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인 것이다.
이 사이에 전 중국 총리가 일부 중국학자들이 고구려사에 대한 일방적, 주관적, 그리고 자기폐쇄적 사관을 가지고 있었음을 일찍이 지적한
역사적 자료가 발굴되었다. 그에 의하면 “한민족이 중국 동북부애서 거주해 온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부인하려는 일부 중국 학자들의
대국주의적 쇼비니즘”을 비판한 바 있다. 오늘날 중국에 의한 고구려사 왜곡은 주은래의 명석한 사관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한국 정부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너무 의식하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세계 평화와 관련 된 문제이고,
역사 왜곡은 한 민족의 뿌리를 흔드는 문제이므로 이 양자를 결부해서 대중외교를 편다면 우리의 외교는 해어 나기 어려운 모순을 가지게 됨으로써
핵문제도, 역사 왜곡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수렁으로 들어 갈 수도 있다. 한국의 대중 외교 초점이 오늘의 역사 왜곡이 일부 중국 학자들의
편협한 사관에 있기 보다는 중국 정부의 장기적이고도, 체계적 비호아래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에 맞추어 져야 한다.
역사 왜곡은 한민족의 뿌리와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한이 하나로 뭉쳐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국에 의한 고구려 문화의
유네스코 세계 동시 등제도 차제에 수정해야 한다. 한중간에 올바른 사관 정립만이 호혜 평등관계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21세기에
함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이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기대한다.
<허만 / 부산대 명예교수>
(문화일보 2004-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