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워싱턴 DC처럼 만들 수 있어"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신행정수도 건설이 제2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8월 11일 행정수도 최종 후보지를 선정한다.

지난 8월 6일 오후 정부중앙청사 6층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 위원장실에서 김안제(金安濟)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에는 이춘희 부단장이 배석했다. 김 위원장은 “행정수도는 블랙홀 같은 힘은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연담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선을 의식해 착공 시기를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힘들어진다”면서 “일하는 데 필요한 시간 외에 다른 고려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정부가 추진하는 ‘신행정수도’의 개념이 어떤 건지 다시 한 번 설명해달라.

“현대국가는 행정ㆍ사법ㆍ입법으로 3권 분립이 되어 있다. 행정수도란 중앙정부의 행정이 움직이는, 그것이 운영되는 수도를 의미한다. 우리가 보통 어떤 도시를 말할 때 교육도시, 관광도시, 산업도시라고 하는 것처럼 행정이 중심이 되는 도시다.”

“서울 같은 블랙홀 되지 않을 것”

지금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신행정수도’의 모델이 되는 도시는 어디인가.

“거울로 삼는 도시는 없다. 다만 세계의 수도들이 전부 일장일단(一長一短)을 가지고 있다. 어떤 행정수도는 환경이 좋고, 또 어떤 행정수도는 교통망이 잘 되어 있다. 전문가들이 이들 도시들을 다 조사했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갖고 있다. 이 중에서 잘된 것만을 취합해 우리의 역사와 전통에 맞는 행정수도를 건설해나가고자 한다.”

다시 한 번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는 당위성을 듣고 싶다.

“과정과 목표로 나눠서 설명하고 싶다. 과정은 수단이다. 수단은 두 가지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과도한 밀집을 완화하고 아울러 낙후되고 과소(過疎)된 지방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이렇게 하여 대한민국 어디 가서 살아도 삶의 만족도를 균등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 지역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의 대외(對外) 경쟁력이 올라가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것이 최종 목표다.”

일각에서는 공주, 연기에 행정수도가 들어서면 충청권이 팽창해 수도권과 맞붙게 된다고 주장한다. 서울과 인천이 경계없이 한 도시처럼 연결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연담화를 막기 위한 계획을 세웠고 그렇게 되리라 전망한다. 세계 여러나라의 대도시를 보면 연담화가 이뤄지는 한계가 도시 중심에서 80㎞까지 일어난다. 행정수도 예정지는 서울에서 120㎞ 넘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있다. 현재 수도권은 연담화되어 있다. 의정부, 수원 등이 처음부터 연담화된 것이 아니다. 서울의 인구가 넘쳐서 자연스럽게 연담화된 것이다. 만일 행정수도를 안 만들고 지금 수도권을 그대로 두면 경기도도 꽉 차서 강원도와 충청도로 확대될 것이다.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만들게 되면 수도권 과밀현상이 둔화되어 확산이 멈춰질 것으로 본다.”

계획은 그렇지만 그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행정수도가 커져 100만, 200만이 되는 도시로 커질 것을 우려한다는 걸 안다. 행정수도는 인구가 50만명이 넘지 않는 도시로 만들 것이다. 행정수도로 들어오려는 인구는 주변의 기존 도시들로 유입돼, 즉 청주, 조치원, 공주, 부여, 금산, 청양 등이 고르게 성장할 것이다. 행정수도가 서울처럼 블랙홀 같은 힘은 갖지 못할 것이다. 서울 같은 비대화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이 답변에서 이춘희 부단장이 “그럴 염려가 없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우리는 도시계획 단계에서 50만 도시로 설계해 더이상 팽창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서울에 있는 기업들이 행정수도를 따라오면 그런 일이 벌어지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 참여정부에서는 정부 혁신과 지방 분권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 혁신의 골자는 중앙정부가 직접 인허가를 취급하지 않게 해 기업들이 중앙정부를 쫓아다니지 않게 만들자는 것이다. 즉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워싱턴DC처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워싱턴에는 기업체의 대표들만 나와 있어 비즈니스가 아닌 정치와 행정의 도시로 자리잡았다.”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이 일부 국민에게 ‘수도 이전’, 즉 천도(遷都)로 비친 까닭이 뭐라고 보나.

“수도가 옮긴다는 것을 한자로 쓰면 옮길 천, 도읍도를 써서 천도가 된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은 고려나 조선의 천도를 연상하는 것 같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개성에서 한양으로 올 때 백성들을 이끌고 천도를 하여 사실상 개성은 풀만 남고 텅 비어 버리게 되었다. 왕조국가 시대의 천도를 연상하니까 그런 것이다. 20세기의 수도 이전은 그런 게 아니다. 호주의 경우 기존의 과밀한 지역인 시드니와 멜버른은 그대로 발전하고 통치 기능만 행정수도 캔버라로 옮겨갔고 브라질도 경제중심도시 리우데자네이루는 그대로 두고 내륙에 브라질리아라는 행정수도를 건설했다.”

“물가 올라가면 비용 더 드는 것은 당연”

입법부와 사법부도 옮겨가는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가자 말자 못한다. 입법부와 사법부를 옮기려면 국회에서 또 한 번 의결해야 한다. 현재는 중앙정부만 이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헌법기관의 자체 판단과 국회의 의결을 따를 뿐이다.”

이전 비용도 핵심 쟁점의 하나다. 정부가 산출한 45조6000억원은 어떻게 산출된 것인가.

“2003년 불변 가격으로 정부 건설 비용이 11조원, 주택과 상가를 짓는 데 소요될 민간 투자가 34조원이다. 정부가 투입하게 될 11조원은 도로, 상하수도, 공공시설 같은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쓰이게 된다.”

한나라당은 이전 비용이 더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잘못된 계산인가.

“물가가 올라가면 당연히 그만큼 더 들 것이다. 과거의 국책사업, 고속철도나 고속도로 건설 등이 처음 발표한 것과 비교해 몇 배 더 들어갔다는 사실을 두고 45조6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90조~120조원을 말하고 있다.”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국민의 정서는 경제가 IMF 때보다도 더 어려운데 무슨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행정수도를 건설하냐는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건설은 3년 뒤인 2007년 7월 이후에 시작된다. 순수하게 말하면 3년 안에 경제가 좋아질 수도 있다. 물론 정부 투입분 11조원을 다 투입한다면 영향을 주겠지만 2030년까지 23년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해는 1조원이고 평균 500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통일 수도’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논쟁 중의 하나다. 행정수도가 충청권으로 내려가면 한반도 전체로 볼 때 너무 남쪽이라는 견해가 있다.

“한반도가 통일된 전체를 놓고 보면 남쪽에 위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통일된 이후는 남한과 북한이 권한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서울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독점적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난센스다. 통일된 한반도는 서울, 평양, 행정수도 등 여러 개의 중심이 공존하는 구도가 될 것이다.”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50~60% 정도이다. 추진위원장으로서 반대여론의 핵심 논리는 무엇이라고 보나.

“행정수도 이전 그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 들어가서 반대하면 협상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왜 반대하는가는 사람마다 집단마다 다 다르다. 반대 여론 중에는 거국적으로 백년대계 차원에서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정도로 나갈 수밖에 없다. 법대로 나가는 것은 정부와 위원회의 의무라고 본다.”

김 위원장께서는 최근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 ‘전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러기 위해서 지금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행정수도 이전의 취지를 잘 이해 못하는 상태서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알면 다를 것으로 본다. 신행정수도 홍보관을 만드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사실 이제까지는 예상되는 문제점과 부작용이 많이 지적되었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

“전쟁 운운은 잘못된 비유”

현재로선 반대가 더 많은데, 찬성 여론 조성과 관련 정치권에 바라는 게 뭔가.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정치적 이슈가 아닌 정책적 이슈로 접근해주길 바란다. 여러가지 이슈를 객관적으로 다루지 않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진도가 나갈 수가 없다. 이를 위해 이해도 넓히고 자문도 받고 할 것이다. ”

김 위원장께서 지난 8월 4일 외교부 강연에서 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만약 남북간 전쟁이 일어나 평택쯤에서 휴전이 된다면 인구는 5할, 국력은 7할 이상이 빠져나가게 된다’고 비유했다. 언론에서는 어떻게 그런 패배주의적 발상을 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된 비유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잘못된 비유라는 생각이 든다. 강연을 하다보면 강조를 할 때가 있는데, 교수들 중에서도 나는 더 심하다. 수도권이 얼마나 중요하냐, 인구의 절반, 국력의 7할이 모여있는데 이게 잘못되면 큰일 난다. 한 지역이 문제가 될 때는 지진, 침강(沈降) 같은 자연재해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운이 좋아 한반도는 이런 자연재해로부터는 자유롭다고 봐야 한다. 결국 자연재해를 빼고 나면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만이 남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왔지만 적절하지는 않다고 본다. 교수 시절에는 이런 예를 수십 번 들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교수의 신분에서 하는 말과 위원장으로 하는 말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신행정수도를 2007년 하반기에 착공한다고 하는데,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인가.

“그렇다.”

앞서 신행정수도를 정치 이슈로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는데 착공을 하는 시기가 2007년 하반기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다.

“행정수도 건설이 대선에서 정치적으로 여당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단할 입장이 아니다. 알 수도 없다. 계획을 수립하는 데 통상 2년이 걸린다. 계획안을 만드는 데 1년이 걸리고 수립된 계획안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데 1년(4계절)이 걸린다. 그리고 이 영향평가를 토대로 한 수정보완을 하는 데 6개월이 걸린다. 올 연말쯤 입지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작업이 가능하게 된다. 이 기간이 2년6개월 소요된다. 이 기간은 대통령이 잡은 게 아니다. 우리가 작업을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정치적 고려를 한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착공 시기와 관련, 대선에서 충청도 유권자들을 볼모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착공 시기를 늦출 용의는 없나.

“합리성에 근거해 계획을 짜놓고 보니까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렇다고 선거를 의식해 만일 착공 시기를 더 당긴다면 부작용이 생기고 졸속이라고 비난을 받을 것이다. 반대로 대선을 의식해 2007년 이후로 미루면 작업에 힘이 들고 비용이 그만큼 더 든다. 2015년부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힘들어진다. 일하는 데 필요한 시간 외에 다른 고려를 한다면 그게 곧 정치적 고려이다. 이런 일은 가급적 하지 않을 것이다. 행정수도 건설은 워낙 중요한 문제이다. 설령 2008년에 착공한다고 해도 어차피 이슈가 되게 되어 있다.”

8월 11일 최종후보지 선정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법률적 의미는 없고 공주ㆍ연기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 지역이 행정수도 후보지에서 벗어난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토지 매입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건가.

“연말에 가서 행정수도 예정지를 지정하면 그때부터 법률적인 구속력을 갖게 된다. 토지 매입도 그때 가서 시작하게 될 것이다.”

현재 헌법소원이 제출된 상태인데.

“헌재(憲裁)의 결정이 나면 그 결정이 어떻든간에 우리로선 받아들여야 한다.”

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으로서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마지막으로 해달라.

“수도권이 당면하고 있는 과밀화 문제와 국토의 불균형 발전은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가 심화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의 이견이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고질적인 문제를 푸는 정책과 전략이 무엇이 있나. 나는 전문가로서 1966년부터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많은 정책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이제까지 해온 것이 효과가 거의 없거나 미미했다는 것은 보아온 대로다. 그렇다면 신행정수도 건설밖에 없느냐고 물으면 내가 단언하지는 못한다. 내 경험으로 보면 선택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인 것은 신행정수도 건설, 공공기관 이전, 지방 분권 세 가지를 묶어서 실행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본다. 이 시점에서는 이 세 가지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도 좋고 다른 지역도 물론 좋은 일이다. 이를 위해 국민 여러분의 힘과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주간조선 / 조성관 차장대우 2004-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