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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사 왜곡 “對中 강경 대응”
‘국제연대’ ‘제3국 학자 지원’ ‘국민 뜻 수렴’…여야 정치권 한 목소리 모았지만―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뒤늦게 부산한 대응에 나섰다. 여야는 지난 8월 9일 국회 내에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다룰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정부에 한 목소리로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23일 열릴 임시국회에서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가장 뜨거은 현안이 될 전망이다. 이 문제의 일차 주관 상임위인 통외통위 위원들은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지, 통외통위
소속 여야 의원 4인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비례대표)] “북한과의 공조, 당장 힘들어”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의원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한ㆍ중 우호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중국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라며
“정부로부터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이 문제가 한ㆍ중 기본 협력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감정적인 대응을 할 게 아니라 이럴수록 냉철하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 문제는 절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며 중국을 조목조목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워낙 뚜렷한 걸 갖고 억지를 부리기 때문에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일단 중국이 중ㆍ일 관계에서 해온 일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들의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그간의 주장과 태도에 비춰볼 때 이
문제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 의원은 “과거 한ㆍ중 마늘 협상 당시의 경험에 비춰보면 중국 사람들과 합리적인 판단을 기초로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며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에 나서는 이유를 지금으로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기 역사를 새삼 되돌아보면서 만주가 중국 땅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자꾸 옛 고구려 땅에 가니까 경계심에서 나온 반응인지, 아니면 우리가 재외동포법을 개정해 조선족을 특별히
대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해서인지 속내를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양자 대화를 통해 설득해 나가면 해결책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정 의원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공조 방침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당장 조치를 취하기는 힘들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장흥·영암)] “국제연대 통해 중국에 압력 가해야”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우리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습니다.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최근 국회 ‘김선일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아 “김씨 피랍사건은 정부 외교안보시스템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사례”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는 유선호 의원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외교부 차관급 정도로는 부족하고 총리실 산하에 정부
관련 부처들이 참가하는 범정부대책위를 구성해야 합니다. 국회에서도 결의안을 제출하고 앞으로 고대사 연구에 대한 지원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에서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응할 방침입니다.”
유 의원은 중국에 대해서도 외교ㆍ경제적 카드를 동원해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월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지
말자’는 양국간 합의를 먼저 깨고 외교부 홈페이지에 ‘고구려’ 부분을 삭제한 것이 중국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학술적으로
대응하자’는 중국 측 요청을 우리가 거부할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이 문제를 둘러싼 한ㆍ중 갈등의 1차적인 분수령이 중국의 교과서 개편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에 나올 중국 각급 학교의 새
역사 교과서에 ‘고구려가 중국의 일부’라는 동북공정역사관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교과서 왜곡이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1차 목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그 부분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며 “교과서가 바뀌면 더 골치 아픈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을 감행하는 배경과 관련해 유 의원은 “중국의 고구려사 유적이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록되면서 한국
관광객들이 자국 문화재를 찾아 기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데 대해 중국이 민감해한다고 들었다”며 “최근 탈북자들이 대규모 입국을 하는 등
중국이 여러모로 착잡한 심정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 의원은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친(親) 중국적 태도가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것과 고구려사 왜곡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부산 중·동)] “제3국 학자 지원, 장기전 펴야”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장기적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와 너무 정치적으로 예민하게 부딪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고구려사 왜곡에 나선 것은 통일한국의 미래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봅니다. 간도나 국경선 문제, 조선족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인데 우리도 거기에 걸맞게 감정적 대응을 삼가고 장기적으로 문제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 의원은 이번 싸움의 바깥에 있는 제3자에게 우리 주장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주장만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관련 학자들에게 고구려사가 대한민국 역사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들에게 연구 용역도 주고, 우리가 발벗고 나서서 세미나도 개최해야 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이 일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할 필요도 있습니다.”
정 의원은 고구려사 문제가 얼마나 예민한 문제인지를 조선족 학자들의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에 가서 접촉해본 바로는 조선족
학자들은 고구려사를 ‘일사양용설(一史兩用說)’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구려사를 한국은 한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이용한다는 묘한 중간적 입장을
취하는 셈입니다. 그들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가 약소국의 비애를 느낄 만한 부분입니다. 결국 고구려사 해결의 지름길은
우리가 국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 의원은 그동안 중국을 다녀본 경험을 근거로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 관료, 의원들을 초청해 대접을
해주는 것이 한국 내 친중파를 만드는 계획적인 작업이라는 느낌을 가졌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런 느낌이 맞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말도 했다.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서울 중구)] “국민 뜻 하나로 모으는 게 우선”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문제는 한나라당 따로, 열린우리당 따로, 정부 따로 접근할 사안이 아닙니다. 정부가 뭔가 액션을 취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국민 의견을
취합해 그걸 배경으로 삼아야 하는데 외교부 아태국장이 덜렁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와 망신만 당한 꼴 아닙니까.”
박 의원은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국회 차원의 대응이 필수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국회 통외통위가 소집돼 ‘국민의 뜻’을 만들어내고 이걸
근거로 정부가 입장을 더해 중국과 공식 접촉을 했어야 향후 마찰도 적고 힘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적어도 여ㆍ야 간에 이 문제를 어느
수위까지 다뤄야한다는 의견이 모아졌어야 정부가 초기 대응에서 분명한 입장을 취할 근거가 생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ㆍ야간, 정부와
국회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향후 중국과의 싸움에서 난관을 자초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특히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문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교과서
문제도 그렇고 고구려사 왜곡이 민간 차원의 문제지 정부가 어떻게 할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나오지 않습니까. 상대가 이렇게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더 민의(民意) 수렴의 공식 루트인 국회를 활용해 우리 주장의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문제는 중국 정부의 성격상 우리가 강한 의지를
보이면 교정이 가능합니다.”
박 의원은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에 나선 것이 통일한국을 염두에 두고 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라고 보고 있다. 박
의원은 “(17대 국회에) 미숙한 정치인들이 많아 성급히 친중(親中) 운운했지만 이번 사태는 여ㆍ야간 입장 차이 없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조선 200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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