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했던 고대사의 복원

치우천왕(蚩尤天王)을 아십니까. 일반에게 치우천왕은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가 응원전에 사 용한 거대한 깃발에 그려진 도깨비 비슷한 문양으로 기억될 겁니다. 중국에선 신화에 나오는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오제시대를 연 황제에 맞선 반역자로, 또는 군신(軍神)으로 받들여지기도 한 치우천왕이 ‘붉은 악마’의 공식 캐릭터로 사용된 것은 그가 우리 민족의 조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국내에선 ‘환단고기’나 ‘규원사화’ 등에 치우 관련 기록이 전하는데, 문제는 이 책들이 학계에선 후대에 만들어진 위서로 의심받고 있는 사서 란 점입니다.

지난 99년 출간된 1, 2권에 이어 5년만에 후속편으로 나온 책은 치우가 동이족이라는 근거를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중원의 패권을 놓고 황제와 대결했던 그를 통해 우리 역사의 원초적인 대륙성 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한국사의 대중화에 앞장 서온 저자들은 논란이 많은 고구려 연개 소문의 중국 당나라 내륙 진출설이나 백제의 요서경략설 등도 사실로 인정하면서 한반도로 국한된 우리 역사를 넘어서 광활한 대 륙과 해양을 포괄하는 역사로 복원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리역사의 수수께끼 3 / 이덕일 · 김병기 지음 / 김영사>

(문화일보 / 최영창 기자 2004-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