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수도 이전의 손익계산

수도 이전의 손익계산

송하성 경기대 교수·경제학

수도 이전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 이전이 필요하고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비용만 많이 들고 효과도 잘 알 수 없는 쓸데 없는 짓이라고 비판한다. 누가 옳은가? 손익을 따져보아야 한다.

우선 신행정수도 건설에 45조 이상의 돈이 든다. 또한 비게 되는 정부청사 처리문제가 비용으로 남는다. 영호남은 신수도와 가까워지니 좋지만 인천국제공항, 강원도는 수도와 거리가 멀어져 이래저래 비용이 유발된다.

이와 같은 지적들에 대해 경제적인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대답이 가능하다. 이 어려운 판에 들어간 돈 45조는 버리는 돈인가? 이에 상응하는 이익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2030년까지 늘고 주는 것을 합하면 줄잡아 72조원 이상의 GDP가 늘어난다.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비게 되는 정부청사도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다른 공공부문에서 사용하거나 시장원리에 맡겨 팔면 될 것이다.

언제 통일이 될지도 모르는데

인천국제공항과 강원도가 신행정수도와 멀어지는 것을 보완하려면 돈이 든다. 경부고속철도, 인천공항철도 등 추진 중인 도로가 건설되면 접근성이 많이 좋아질 것이므로 기존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도로가 필요하다. 또한 강원지역과의 접근성 문제해결을 위해 충주-상주간, 점촌-울진간, 안동-영덕간 도로 등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서 추진중인 도로들을 조기에 건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통일 후 수도 이야기는 설득력이 미흡하다. 언제 통일이 될지도 모르는데 당면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룰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해소의 필요성은 통일 이후가 더욱 절실하다.

이제 이익을 따져보자.

첫째, 국토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게 된다. 보통 도로망은 방사형과 격자형으로 크게 이분할 수 있다. 방사형의 교통망은 수도의 집중을 가져오고 인구와 경제력 집중을 부추긴다. 이와 반대로 문창살과 같이 교통망이 격자형으로 되어 있는 경우 각 도시와 지방이 고루 발전하며 국토가 효율적으로 활용된다. 현재의 수도권을 방치할 경우 방사형 교통망의 가속화는 벗어날 수가 없다. 남동부 사람들은 먼 거리를 계속 왔다 갔다 하게 되고, 비용 때문에 아예 수도권으로 이사하는 일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토이용의 효율을 높이는 격자형 교통망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둘째, 돈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수도권은 더 이상 비싸서 살 수가 없다. 개인도 집 때문에 생활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이사하듯이 기업도 결국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옮기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원리가 아닌가? 그 비싼 땅에 비싼 생활비로 인한 고임금으로 어떻게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집값이 안정되어야 집 마련이 쉬워진다. 2003년 현재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1.2%이나 수도권은 92.8%, 서울은 86.3%에 불과하다. 또한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일반 회사원이 24평 아파트 하나를 장만하는데 평균 18년이 걸린다고 한다. 주택공급 부족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집값 폭등의 고리가 차단되면 내집 마련이 쉬워질 것이다. 수도이전으로 수도권 집값이 떨어진다는 일부의 비판은 논리도 정당성도 결여된 주장이다. 국가기관이 단계적으로 이전되고 주민의 이주도 몇 년간 분산되므로 집값 상승이 누그러질 뿐 급락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차량이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생기는 혼잡비용이 서울시 1년 예산과 비슷한 12.4조원에 이른다는데 이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연간 4조원이 들어가는 상하수도, 폐기물 처리 등 환경개선비용을 대폭 줄여나갈 수 있다. 많이 모여 북적대기 때문에 생긴 먼지로 서울에서만 사망자수가 연간 9600명으로 스위스의 3배라는 사실과 연간 오존주의보의 95%가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수도권은 생존하기 위해서 전쟁하듯이 사는 곳이지 인간다운 삶의 터전이 이미 아닌 것이다.

수도권 도시경쟁력 강화된다

결국,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 주민을 위한 것이다. 행정기능이 빠져나가게 되면 수도권의 도시 경쟁력이 강화되는 한편, 더욱 쾌적한 생활환경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의식, 가치관과 생활양식 등 사회적 측면에의 변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서울 중심의 이 슬픈 격언은 지방 발전, 나라 전체의 융성을 막는 장애물이 되었다. 또한 중앙집권적 문화의 산물인 서열주의, 지역주의와 권위주의의 촉진제가 되었다. 이제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이 장애물을 치워내야 한다.

(내일신문 2004-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