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타국

가락국 김수로(金首露)왕의 왕비로 김해 허씨의 시조인 허황옥(許黃玉)의 고향 아유타국이 어디냐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학설이 있으나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은 인도 갠지스강 중류의 ‘아요디아’설이다. 고대 코살국의 수도였던 이 일대에서 아직도 널리 사용하고 있는 쌍어(雙魚) 문장이 수로왕릉의 신어(神魚)상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아요디아 시내의 힌두교 사원에는 대문 문설주 위에 두 마리 물고기 그림이 새겨져 있으며 경찰 계급장, 심지어 택시 번호판에도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아요디아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신어가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수호신이라고 믿고 있어 그 신앙이 허황옥을 통해 가락국에 전파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전에 허황옥 일행을 태운 중형 선박이 인도양을 돌아 동중국해를 거쳐 김해 해변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인도인들이 뛰어난 항해술을 가졌다고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지금 중국 쓰촨성 안악현으로 비정되는 ‘아유타국(阿踰타國)설’이다. 이는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나와 있는 중천축국 (中天竺國) 아유타에 관한 기술을 근거로 한다. 즉 이 나라의 공주 허황옥 일행이 몰락한 왕국을 버리고 살길을 찾아 양쯔강을 타고 동중국해로 나온 뒤 가락국에 도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당시 아유타국이 있던 지방은 아리(阿里)로 불렸는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는 우리 민요가 실은 아리의 딸(阿里娘)인 허황옥이 고향을 떠나 험난한 여행을 하게 되는 애틋한 심정을 읊은 노래라는 설도 있다.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 등이 허황후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김해 옛고분의 왕족 유골 DNA를 분석한 결과 유골의 주인공이 인도의 남방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허황후의 인도 도래설이 한층 힘을 얻게 된 셈이다. 차제에 고구려 고분의 유골도 분석해 고구려인이 우리 한민족의 조상임을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증명해보이면 어떨까 싶다.

(경향신문 / 강성보 논설위원 2004-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