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의 아마추어리즘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아침 IT리더스포럼 조찬강연에서 참여정부의 지방화, 세계화 전략을 소개했다. 강연에는 행정수도 건설과 지방분권에 이은 수도권 재정비 청사진이 담겼다. 성 위원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행정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성 위원장은 “신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계기로 수도권을 동북아 경제중심 도시권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재정비, 지방 분권 등과 함께 국가와 국토 개조의 초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강연후 전자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성 위원장은 국토 재정비 청사진에 대한 현실인식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과 수도 재정비에 대해 해외 투자자본은 물론 투기자본이 어떻게 반응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미처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심지어 “문제 삼는 해외 자본이 있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세계화시대에 한 국가의 수도이전과 지방화전략 등 지정학적 재배치를 기획하는 위원회의 수장이 국가전략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해외자본 유치의 중요성은 성 위원장 스스로 ‘전략적 외국인 투자유치’를 주요 과제로 올려놓아 반영한 터다.

참여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정략적 논쟁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에 대해 국가의 혁신주도형 발전 패러다임의 필연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지정학적 재배치의 타당성을 역설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주요 정책이 국민의 평가에 더해 글로벌 자본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세계화시대의 정책수립 교과서 조차 감안하지 않았다면 이는 소모적 논쟁보다 더 큰 문제로 보여진다. 한국의 투자 매력도를 실시간으로 따지는 해외자본이 수도 이전을 놓고 지금도 ‘불확실한 정책의 리스크’와 ‘서울 및 수도권 투자여건의 획기전 개선’의 양 극단을 오갈 것을 생각하면 섬뜩한 일이다. “(해외투자자의 반응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는 성 위원장의 답변은 개인의 순발력 부족 탓이라기보다는 참여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의 발로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전자신문 / 김용석 기자 2004-8-18)

상생과 혁신의 국가 재도약 플랜

신행정수도 'u' 개념 도시로 만들자

IT리더스포럼에서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상생과 혁신의 국가 재도약 플랜’ 제목으로 밝힌 수도권 재정비 계획에는 신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공백이 우려되는 수도권을 1중심, 2 거점과 3대 벨트로 개발, 수도권 인구를 안정화하고 동북아 경제중심 도시권으로 육성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이는 성 위원장이 수차례 밝힌 것처럼 행정수도와 수도권을 워싱턴DC-뉴욕형 분권 체제로 바꿔 수도권을 다핵구조로 만들고 각 거점별로 특화발전시키겠다는 구상으로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제 1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의 보완적인 계획이다. 또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신행정수도 건설로 인한 수도권 공동화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고민이 담겨 있다.

성경륭 위원장은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적인 국가의 수도가 정중앙에 위치해 있지 않으며 신행정수도 건설로 수도권에 보다 많은 자율을 부여, 세계적인 도시권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재정비 : 서울 중심, 인천, 수원 거점 육성

수도권 재정비 계획은 △수도권을 1 중심, 2 거점과 3대 벨트로 나눠 개발하고 △수도권 내 동서남북의 네트워크형 교통축을 형성, 성장축상의 주요 도시는 특화발전을 추진하며 △인천공항, 제2 외곽순환도로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은 미국 뉴욕과 같은 국제금융, 비즈니스 중심도시, 인천은 상하이 푸둥지구와 같은 물류 중심으로, 경기도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벤치마킹, 산업 중심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서울은 5대 국제업무거점과 4대 디지털 거점으로 나눠 도심, 용산, 강남, 여의도, 상암 등 도시내 주요 거점별로 국제금융과 비즈니스 등 분야에 특화하고 국제기능 유치 및 컨벤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청와대 이전으로 남는 서울 도심 지역을 국민공원화 해 북악산­-청와대- 경복궁 일원을 개발하게 된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물자, 인력, 정보, 산업 등이 교류되는 수도권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경기도는 지식기반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3대 첨단산업 혁신클러스터로 육성할 계획이다.

반월, 시화지구는 국가지원형 부품소재클러스터로 수원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로 파주는 LG필립스LCD를 중심으로 LCD클러스터가 된다.

또 경기 동북부 등 상대적 저발전 지역은 지역여건에 맞는 지역 산업과 관광산업을 육성해, 5도2촌사업(영농체험, 관광휴양, 농촌주택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성경륭 위원장은 이를 ‘6차산업(1차산업에 2차 및 3차산업 연계)’이라 부르며 낙후지역 산업을 고부가치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규제 개혁은 단계적으로

수도권 규제는 신행정수도 건설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맞물려 3단계로 나눠 단계적으로 완화된다. 내년부터 2007년까지는 1단계로 현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선별적인 규제 개선이 이뤄진다. 신행정수도가 본격적으로 건설되고 공공기관이 집단 이전하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2단계로 수도권 규제를 종합적으로 재정비하게 되며 신행정수도 건설 및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는 2012년 이후는 3단계로 수도권 지자체의 자율 관리를 확대하게 된다.

개발지역과 보전지역을 과학적으로 구분, 개발 총량을 설정해 관리하고 대기질 개선계획 및 수계별 보전대책, 녹지총량제 등을 도입, 종합적 환경대책을 통해 수도권의 삶의 질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성경륭 위원장은 지방으로 이전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미래형 혁신도시’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과 대학, 기업이 서로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혁신 여건과 수준높은 주거, 문화, 교육 환경을 갖춘 도시로 기업도시와 다양한 방식으로 연계된다.

성 위원장은 “신행정수도는 기초 단계부터 최고의 IT인프라를 갖춘 유비쿼터스 도시가 될 것”이라며 “수도권과 신행정수도 IT인프라를 확충해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인터뷰: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성경륭 위원장은 조찬강연을 마친 뒤 전자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평가에 대해 미처 고려하지 못했지만 향후 이를 보완토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행정수도건설에 이은 수도권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수도권 재배치와 규제완화정책을 8월말경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적으로 영향이 큰 정책이다. 이에 대한 해외 투자자본, 투기자본의 평가와 반응에 대해 파악해 보았는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거론된 행정수도이전 논란의 이슈들과는 다른 시각의 새로운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충분히 보완토록하겠다.

- 수도이전이 서울지역 투자여건의 개선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일 수도, 시행의 예측불가능성이라는 면에서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문제를 삼는 자본이 있는가? 수도이전 정책수립 및 이행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증됐다고 본다.

- 투자유치와 관련, 현재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여러 규제를 완화할 계획은? 예를 들어 공장총량제 등이 외자유치는 물론 국내 기업의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너무 앞서간 질문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있으며 8월말 경이면 그랜드플랜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발표내용중 2007년까지 선별적 규제개선, 2011년까지 종합적 재정비 예정)

- 위원회는 지역별로 전략산업을 지정해 놓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협업체제 현실화는 어떻게 추진되는가?

▲지역의 기업, 대학, 연구소,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한 지역혁신협의회를 구성해 놓고 있다. 외자의 경우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 지방대학, 지방기업이 주축을 이루는 지역혁신체계(RIS)를 통해 민주적 협치(거버넌스)를 유도할 방침이다.

- 신행정수도의 IT인프라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도시까지 벤치마킹해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를 갖추도록 하겠다. 요즘 얘기하는 유비쿼터스 개념도 도입할 수 있다. 이는 신행정수도는 물론 전국의 미래형 혁신도시에 해당되는 얘기다.

<김용석 기자>

(전자신문 2004-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