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이 있는 국사교육 강화하라

우리민족의 올바른 역사관을 처음으로 확립한 단재 신채호는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어라”고 타일렀다. 역시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역사와 애국심과는 땔 수 없다고 수없이 강조했다. 그가 국사 연구에 몰두한 이유는 “정신 없는 역사는 정신없는 민족을 낳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즉 잘못된 역사를 읽고는 진정한 민족정신이 나올 수 없다고 믿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점입가경이다. 한마디로 고구려는 중국변방의 한 국가였다는 주장이다. 수나라와 고구려의 싸움도 내전에 불과하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엄연한 고구려가 중국의 속국이 되는 셈이다. 중국의 역사왜곡은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일본은 검인정 교과서중의 하나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가 문제지만 중국의 역사왜곡에는 정부가 나서고 있다”는 학계의 분석이다. 중국은 심지어 발해 고조선까지 그들 변방국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발해유적지에 다녀온 한 국회의원의 보고에 따르면 유적지를 안내하는 간판에 발해가 중국의 변방국가라고 기록돼 있더라고 분노했다. 고구려를 변방국라고 쓴 집안현의 안내판과 똑같다.

중국 주장대로라면 고조선까지 왜곡하고 있어 우리의 역사는 2천년으로 줄어들고 공간적으로는 한강 이남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역사에 억지를 부리는 이유는 빤하다. 중국 소수민족은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면적은 무려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중국민이라는 의식을 심어 주려는 의도라고 한다. 즉 남북통일 이후 불러질 영토문제를 일찌감치 봉쇄하자는 음모라는 것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감정적으로 처리해서는 해결할 수가 없다. 광복 이전의 역사를 모조리 삭제하고 그 이후의 역사만을 취급하고 있다는 보도는 섣불리 자극만 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의 국사교육을 강화한 것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막는 지름길이다.

자금까지 우리의 국사교육은 이름만 있을 뿐 내용은 매우 빈약했다. 대학의 교양필수과목에서 국사가 사라지고 일제침략을 담은 근대사는 축소되어 민족의 고난과 광복 등 역사 흐름을 한눈에 판단할 수 없게 했다. 심지어 중학교 교과서에는 근현대사 분야가 뒷부분에 배치되어 일제의 침략과 독립운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졸업할 가능성도 있었다. 국가고시에서도 국사과목이 사라져 고급공무원은 애국심이나 역사의식이 없어도 당당하게 합격되어 공무를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국사도 모르는 공무원이 국민에게 봉사를 제대로 해왔는지 의심스럽다.

국사교육을 이렇게까지 홀대하면서 남의 교과서가 왜곡됬다고 정부가 나서서 질타하는 오늘의 모습이 처량하다.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 교과서가 잘못됐으면 그럴수록 우리의 국사 교육을 강화해야 했었다. 국사교육은 민족혼을 찾는 일이지 국수주의가 아니다. 한민족의 역사는 애국심을 기르고 민족의 긍지를 고취시킨다. 그 역사가 고난으로 점철됐든 혹은 영광으로 가득찼든 간에 그 민족이 살아온 발자취는 후손들에게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고 찬란한 내일을 꿈꾸게한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점차 심각해지자 뒤늦게 정부와 학계는 국사교육 강화를 들고 나섰다. 각종 국가고시에 국사를 넣고 학교에서도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강화한다는 보도다. 우리의 역사를 일본에서 왜곡했을 때도 한동안 국사교육을 강화하는 듯하다가 시들하더니 이번에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온통 나라가 시끄럽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국사교육은 차근차근 제자리를 잡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도 강화해야 한다. 제나라 역사도 지키지 못하는 후손이 되어서는 안된다.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협조로 이 어려운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아야 할 때다. 북한의 중앙방송이 최근 우리민족이 고조선 고구려 고려로 이어지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고 보도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세계일보 2004-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