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인의 투쟁과 사랑 무대에

창작 뮤지컬 '안악지애사' 내달 10일부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고구려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곧 막을 올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다음달 10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 ‘안악지애사(安岳之愛史)’.

황해도 안악군에 있는 고구려 고분인 ‘안악 3호분’을 소재로 고구려인들의 진취적인 기상과 사랑, 음모와 권력투쟁을 그리고 있는 뮤지컬은 역사를 소재로 하면서도 팬터지 기법을 적극 활용 , 새로운 퓨전 사극의 면모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소재로 삼은 ‘안악 3호분’은 발굴된 지 50여년이 지나도록 무덤의 주인을 둘러싸고 갖가지 학설이 분분한 상태. 중국인 망명객 동수의 묘 라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고구려왕의 묘라는 주장 또한 만만찮다.

이같은 미스터리를 바탕에 깔고 작가(조수민)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적 상상력을 교직시키며 줄거리를 완성했다.

시간적 배경은 1500여년전. 고구려의 미천왕이 요동과 만주를 정벌하자 연나라는 비열한 방법으로 미천왕을 살해한다. 어린 나이의 태자 사유는 나라를 통치하기 어려워 누나인 태랑 공주에게 정권을 맡기지만 태랑은 실리를 중시, 연나라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

성인이 된 사유태자는 국강왕(고국원왕)에 등극하지만 연나라의 속국처럼 변해버린 고구려의 모습에 울분을 감출 수 없다. 마침내 국강왕은 나라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아버지인 미천왕의 시신을 찾아와 능을 만들겠다고 선포한다.

시신을 내줄 수 없다는 연나라와 전면전을 준비하는 국강왕의 저돌적인 정책에 대해 태랑 공주와 대신들은 불안해한다. 연나라는 태랑 공주에게 밀서를 보내 국강왕의 의지를 꺾는 길만이 고구려의 살 길임을 통보하며 몰래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는데….

지난 16일 오후 서울 혜화동의 지하 연습장에서는 30여명의 뮤지 컬 배우들이 합창을 하며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다. 피날레 곡 ‘대륙의 아들’은 힘차고 웅장해 마치 고구려인의 목소리를 되살려 놓은 듯했다.

“드넓은 광야를 향해 말을 달린다/우리는 전진한다 드높은 기상을 펴라/대륙은 우리의 것 전진이다/우리는 달려나간다 대륙의 평화 위해/울려라 북소리 퍼져라 함성아/대륙을 호령한다 우리의 땅이다….” 정민선(연세대 작곡과) 교수가 작곡한 40여곡의 창작곡은 장면에 따라 애절함과 웅장함, 비통과 기개를 오가며 연습장의 분위기 를 한껏 고조시켰다. 뮤지컬에선 또 군무와 함께 사실적인 액션 을 통해 생동감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봉술 검술 아크로바틱 무예 등 퍼포먼스적 측면을 강화, 고구려의 힘을 보여줄 계획. 이를 위해 출연진이 2개월간 합숙을 하며 하루 평균 4시간씩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다지는등 고강도의 훈련을 받고 있다.

매일 오후 1시에 시작하는 연습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액션 연습은 당산동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실시하고 다시 장소를 바꿔 혜화동 지하연습실에서 노래 연습을 실시하다보니 하루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다. 제작사인 비단수 엔터테인먼트는 공연기간 코엑스 오디토리움 주변에 가로 19ｍ, 세로 2ｍ의 나 전칠기로 재현한 안악3호분 모형 등 고구려 관련 유물도 전시할 계획이다. 공연은 10월 2일까지. 02-558-7854

(문화일보 2004-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