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갈등속 방한하는 자칭린 中정협주석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싸고 한-중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자칭린(64.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주석(정치국 상무위원)이 26일 전용기편으로 방한, 서울에 오는 배경 및 노무현 대통령 등 한국 고위층 인사들과의 대화 내용이 주목된다.

자 주석은 김원기 국회의장 초청으로 방한하는 것이지만, 그가 장쩌민(江澤民) 당중앙군사위 주석의 핵심 측근인데다 최근 '고구려 갈등' 해소를 위해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인 장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에 오는 것이어서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당 서열 4위인 자 주석은 방한 기간 노 대통령 예방 등 정부.정치권 고위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며, 특히 이 자리에서 북핵 6자회담 등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양 국간 주요 현안, 특히 고구려사 왜곡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측통들은 자 주석이 청와대와 정부 종합청사로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를 각각 예방할 경우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수교 12년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한 한- 중관계를 어떻게 복원해 나갈지 등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눌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수교 12년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한 한-중관계와 관련, 장 주석 및 후 주석이 어떤 메시지를 한국정부에 전달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자 주석은 상하이 출신이 아니면서도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세력)의 영수인 장쩌민 주석과 30년여 고락을 함께 한 인연을 바탕으로 장 주석의 총애를 받아왔으며 지난 2002년 11월 열린 제16차 당대회에서 9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4위로 진입했다.

한편 중국 관측통들은 자 주석의 방한중 '고구려사' 문제외에 중국 지도부의 권 력투쟁적 측면에서 그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장쩌민 주석과 후진타오 주석간 영향력 행사를 둘러싼 권력투쟁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자 주석이 중국의 '경기 과열' 문제 등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 된다는 것이다.

서울에 체류중인 한 중국 소식통은 천량위(陳良宇) 상하이시 서기가 정부의 경기과열 억제 조치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한 후 상하이방과 후 주석 세력의 산실 중 하나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 인사들간 알력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장 주석보다 14살 아래인 자칭린은 한 때 자신보다 직책이 낮았던 장 주석을 깍듯히 예우, 두 사람의 친분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기계설비수출입총공사 총경리(사장), 타이위앤(太原)중형기계공장 공장장 등을 두루 거친 그는 기술 관료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85년 푸젠(福建)성 부서기, 9 3∼94년 푸젠성 성장, 서기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장악력과 함께 기술경제관료로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푸젠성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공을 인정받아 93년 성 서기로 발탁된 후 95년 재임명됐다.

96년 10월 베이징 시장에 취임한 그는 장쩌민의 최대 정적이었던 천시퉁(陳希同) 베이징시 서기(당시.16년 형 선고후 복역중)가 부패 혐의로 체포되는데 큰 역할을 하는 등 부패 문제를 말끔히 처리, 장 주석의 신임이 한층 두터워진 것으로 알려졌 다.

지난 97년 베이징 시장 겸 서기로 발탁된 그는 재직시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 픽 유치에 성공, 당 지도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연합뉴스 2004-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