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하는 中華 패권주의] 한국,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오는 24일로 한중 수교 12주년을 맞는다. 1992년 수교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한중 관계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계기로 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 중화패권주의, 중화제국주의 부활이 우려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중국 환상’이 깨지는 동시에 한미 동맹 등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약’이 된 셈이다. ‘가시화하는 중화패권주의’ 시리즈를 마치며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제언을 통해 21세기 바람직한 대중 관계를 생각해 본다. <편집자주>

對美유대 강화해 中 영향력 차단을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인류 역사는 새로운 대국의 대두가 항상 불확실성과 불안정을 불러오고, 대부분의 경우 폭력적인 분쟁을 수반하여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 역사를 회고해보더라도 지역에 새로운 대국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도 거의 예외없이 정변과 전쟁을 겪었으며 나라가 바뀌는 일도 일어났다. 당나라의 대두는 고구려·백제의 멸망과 신라 통일을 가져왔고, 원이 망하고 명이 등장할 때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세워졌다.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할 때 임진왜란을 겪었고, 명이 망하고 청이 일어설 때는 인조반정과 병자호란이 발생했다. 대국의 대두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역사는 잘 말해준다.

그런데 우리가 속해 있는 동아시아는 이례적으로 두 나라가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다. 거의 200년 만에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세계무대에 강대국으로 재등장하고 있으며, 미국을 견줄 초강대국의 지위도 넘보고 있다.

한편 일본도 강력한 경제력과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패전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통국가’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두 나라의 틈바구니에 있는 우리는 이 두 나라의 부상이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바깥 물정에는 무관심이고 온통 나라 안 문제로 가득하다. 외교도 남북관계의 맥락에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역사는 우리 운명이 내부보다는 외부의 변화에 의해 좌우되어왔음을 보여준다.

우리 젊은층들은 중국의 부상에 편승하여 의존적인 대미 관계를 청산하자는 입장이 강하다.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은 우리 젊은층이 갖는 환상을 시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과 미국, 그 어느 국가든 국익에 따라 움직인다. 역사 왜곡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미 동맹 없는 한국은 중국에 무엇이겠는가? 세계 패권국 미국과의 동맹은 중·일의 부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 일본과의 관계도 심화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경제교류 집착 저자세외교 안될 일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현재 중국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나 도덕의식의 약화를 정치적 민족주의로,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되고 싶은 꿈을 외교적 공세주의로, 경제 발전을 위한 안전판을 명목으로 군사적인 확장주의를 국가전략으로 채택했다.

특히 그들의 오랜 숙원인 부국강병을 통해 ‘위대한 중국(Great China)’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외교적, 군사적으로 강력한 중국’이라는 국제적 이미지를 확립하고 내부의 정치적 통합과 사회적 안정을 꾀하는 대외적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행보가 모두 우리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을 만큼 중요한 사항들이라는 점이다. 국익에는 양보가 없다. 중국은 늘 자신들의 관점에서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자국 중심적인 경향에는 추호의 변함도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과의 안정적 교류를 통해 경제적 실익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교류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자생성을 가지고 기능하는 경제 분야와는 달리 정치·외교적으로는 실효성 있는 공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왔다.

이는 중국의 부상이 우리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기도 했지만,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중국의 의도와 현실적 능력에 대한 철저하고 객관적인 검증 없이 중국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중 관계가 동맹 구조가 아닌 협력 구조의 틀 속에서 기능하고 있으며, 중국은 대미 관계의 틀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저울질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전후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지나친 낙관론적 시각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너무 의식해 스스로의 주권을 손해보는 정책 결정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권국가로서의 강한 이미지를 중국에 보여주는 것이 한중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주변국 공동 역사서 집필 서둘러야

여인곤 통일연구원 국제관계 연구실장

중국이 우리의 고조선사·고구려사·발해사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하고자 하는 것은 한반도 통일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한국판 이레덴티즘’(irredentism·영토회복주의)을 미리 방지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탈북사태, 북한에 의한 고구려 유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적 등재, 일부 조선족의 한국적 회복 요구 등이 소수민족 문제에 민감한 중국 정부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역사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현재의 남북 관계를 고려하고 미래의 한반도 통일을 내다보면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 목표는 단기적으로 중국 역사 교과서 왜곡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동양사 학자들로 하여금 공동 역사서를 집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중·일 3국 간에 역사 기술에서 논쟁이 있는 경우 이를 준거로 삼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첫째, 우리 정부와 국회는 역사 왜곡의 지휘자인 중국 중앙정부뿐 아니라 행위자인 지방정부에 대해서도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 중국 중앙정부는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단지 지방정부의 행위로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이 한반도 통일 이후의 영토 문제를 염려하여 역사를 왜곡한다면, 이는 오히려 우리의 간도(間島)에 대한 영토회복 욕구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중국에 분명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중국에 상당히 호의적이었던 한국인들이지만, 고대 역사를 빼앗기고도 계속 우호적이길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역사를 지키는 것은 민족 존립의 문제라는 공동 의식을 갖고 남북한이 협력하여 공동 대응해야 한다. 또 고대사 공동연구와 학술회의 개최, 북한의 고구려·발해 유적 복원 등에 대해 우리 정부는 적극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끝으로 공동 역사서 집필에는 한·중·일·러 4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권위 있는 학자들도 참여시켜 역사서의 객관성과 국제적 홍보 효과를 높여야 한다.

政·官·學 치밀한 국제홍보전략 필요

금희연 서울시립대교수

오는 24일이면 한중 수교도 12주년을 맞이한다. 1992년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그리고 전면적으로 발전해왔고, 이제 중국은 가장 우호적인 이웃으로 변하고 있다. 수교 초기의 남·북한 등거리외교에 기초한 ‘정경분리’ 정책에서 벗어나 정치적, 군사적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교류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전반적 협력동반자관계’의 단계로 들어섰다. 과연 중국은 우리의 상품과 대중문화에 열광하고 8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가져다 주는 고마운 시장이자 투자 대상인 가까운 이웃이기만 할까? 대답은 글쎄요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중국이 서서히 진심을 드러내고 있는 경계할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오랫동안 빛을 감추고 어두움을 기다려온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정부의 출범과 함께 더욱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패권주의적 사회주의’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19세기에는 영국이, 20세기에는 미국이, 21세기에는 중국의 힘이 극대화되는 시기가 될 것을 의심하는 중국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중국은 ‘가난한 대국’으로서의 저자세 정책에서 벗어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올림픽 유치로 더욱 고자세의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자신감은 집단적 애국주의와 함께 ‘대한민족주의(大漢民族主義)’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권은 주권에 우선한다’라는 서방의 주장과 압력에 대해서도 체제 붕괴를 기도하는 ‘화평연변(和平演變)’이라 결연히 비난하고 있는 점도 중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방증한다.

고구려 역사 왜곡으로 중국을 바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렇다고 여론몰이식 반중 정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은 여전히 동반자로서의 관계 유지가 필요한 중요한 지역세력이자 세계적 세력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달리 국가적으로 행해지는 중국의 역사 왜곡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끈기 있는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학계, 외교,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국제기구 등 전방위적인 대응과 노력이 필요하다.

中시장 공략 10년후 대책 준비할때

정상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중국경제의 부상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탄탄한 경제강국으로 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은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다가도 과열되는 경제를 감당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거나 후퇴하는 취약한 경제 시스템을 가진 국가였다. 80년대 말의 경기침체와 혼란, 90년대 후반의 경제위기 등은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중국경제는 그 체질이 달라졌다. 2003년에는 사스(SARS)라는 미증유의 위기국면에도 6년 만에 최고인 8.5% 성장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투자 붐으로 인한 과열국면을 80년대와 같은 과격한 조치 없이도 조절해내고 있다.

경제의 성장동력도 변화되고 있다. 80∼90년대 중국의 고성장이 주로 외자와 외국 기업 등 대외요인에 의한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국내시장이 커지고 자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면서 자체 해결 역량이 크게 증대했다.

중국의 부상은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 당장은 수출 확대라는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으나, 결국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전자, IT(정보기술), 중간재 등을 10년 후에도 우리가 지금처럼 중국에 수출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질적 구조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 중국 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하고, 이를 제조업의 구조 고도화와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 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는 양적인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의 교류를 수출 위주에서 현지투자 위주로, 중간재 위주에서 최종소비재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전개되는 중국의 변화에 어떠한 형태로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는 산업 간 협력 강화는 물론 지역경제권 형태로도 실현할 수 있다. 당장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핵심 역할을 하는‘한반도·환발해 경제권’을 형성할 수는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중국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 속도와 질이 결정될 것이다.

군사대국화 방치할땐 亞안보 위험

가야하라 이쿠오 다쿠쇼대 교수

중국은 21세기 국가 목표로 근대화, 국가통합, 국제사회와의 안정적 관계 등 3가지를 설정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자국의 가치를 남의 나라에 강요하는 경향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세계무역기구(WHO) 가입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질서에 적응할 필요가 있는데, 국가주권과 세계의 기준을 조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에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는 이미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그 대신 민족주의, 애국주의가 두드러지게 대두되고 있다.

대만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바로 중국의 ‘내셔널리즘’이다. 한·중 간의 고구려사 왜곡과 중·일 간 역사 문제, 동중국해 유전개발 경쟁에도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권은 중후(重厚)에서 생긴다’는 말이 있듯이, 중국의 국가권력 구조에서는 군이 막강한 위치에 있다. 200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6차 대회에서는 국방 근대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으로는 국방과 경제를 조화롭게 발전시킨다는 종래의 원칙을 넘어 국방 투자에 주력할 것이다.

중국의 국방 근대화 전략은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시대를 거치면서 ‘해방군’을 ‘국방군’으로 만들고 국제협조주의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후진타오 시대를 맞아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 ‘중국위협론’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군사적 위협과 직결되는 핵·미사일 전력에서 최근의 우주개발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동향은 아시아 지역 안보체제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 구상에 반발하면서도 잠수함에서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는 등 자국의 핵·미사일 전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견제하기 위해 경제 협력 재검토는 물론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일본 등 관계국과 공조하면서 대중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는 등 경제와 군사 두 분야에서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인접국가와 협력 패권추구 막아야

더그 밴도 케이토硏 선임연구원

중국은 급부상하는 강대국이고 국제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가 됐기 때문에 미국에 잠재적인 적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 자본주의 국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지금 중국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 섞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미·중 관계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미국은 대만에 중국 위협에 대한 암묵적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문제 해법을 보면 중국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알 수 있다. 중국이 앞으로 더 민주주의적이 될지 아니면 더 민족주의적이 될지가 중요한데, 이는 미국 정책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미국은 보다 더 중요하고 우세해진 중국을 받아들일지가 중요한 쟁점이다.

중국은 더욱 강력한 국가로 성장할 것이고, 미국은 중국과 협력해야만 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는 중국을 잠재적인 적국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앞으로 적국이 아닌 선의의 경쟁 상대가 되길 바란다.

중국의 급부상에 대처하려면 지역 협력이 중요하다. 미국과 소련 간 냉전시대가 종식된 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게 됐다.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양국 간 신뢰 구축과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개혁을 고무해왔다. 결국 중국의 패권 추구는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풀어야 할 문제다.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무한정 개입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한국은 인접 우호국들과 협력해 중국이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고구려사 문제는 강도 높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지역 국가와 협력해 이 문제를 다루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과거에 다른 인접국인 일본과도 어려운 관계를 겪었지만 일본이 잠재적 동맹국임은 분명하다.

정부 개입보단 학문적 접근 필요

데릭 미첼 전략국제문제硏 연구원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도전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미국은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우려하고 있고,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미국 동맹국도 중국이 어디로 나아가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은 중국을 주요 투자·교역 대상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저가 제품을 제공한다. 이것도 도전이자 기회다.

중국은 미래에 미국의 적대국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은 중국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많은 자원을 지닌 중국이 급부상하기 때문에 잠재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정치인과 외교관의 직무다. 미·중 양국의 다음 세대는 중국의 부상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양국이 공동 번영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고구려사 문제는 걱정거리다. 이 문제는 아시아에 장기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갈등이나 긴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중국은 역사 문제를 일방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한국과의 대화나 공동작업을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중 양국 역사학자, 교육자가 한데 모여 토론을 통해 중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특히 중국은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역사지도를 바꾸는 것은 한국에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아울러 이 문제는 학문적으로 접근해야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정부 개입은 국민의 정서적 반응에 초점을 맞추게 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중국에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고구려사 문제는 한국이 인접 강대국인 중국의 도전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이는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 대미 관계가 세력균형 수단이 된다는 것을 한국인에게 일깨워줬을 것으로 본다.

(세계일보 2004-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