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 대선 전에 남북정상 만나라

서언(序言)

▲도올 김용옥
ⓒ오마이뉴스 권우성
가슴이 쓰리다. 지금 내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국민과 더불어 소통하고자 하는 이 글은, 원래 7월 30일 통일부 전 직원을 상대로 한 나의 강연을 골격으로 한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집필케 된 동기는 나의 강연이 비공개로 진행된 것이었고 언론에 그 내용이 소개된 바 없어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간절히 알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강의의 구술형태로 전달되면 그 핵심적 논리가 와전되거나 발설의 분위기가 흐려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도 중요한 이 시대의 현안에 관하여 한 사상가로서의 입장을 논리적인 글로써 정리해 놓는 것이 정당한 절차라고 생각했다.

이 글의 내용은 진보나 보수, 좌나 우의 잣대로는 규정키 어려운, 우리시대의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적나라한 진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한국의 소위 "메이저 언론"에 싣기로 마음먹었다. 큰 언론일수록 진보적인 글이나 자기들의 평소입장과 다른 내용의 글을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 그들을 진심으로 도와주는 길이며 분열된 사회분위기의 화합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 신문사에 접촉했더니 기꺼이 싣겠다는 응답이 왔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13) 오전 11시 반경 그 신문사로 갔고 편집인과 대강의 합의도 보았고, 사진도 찍었다. 나는 8월 15일 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와 함께 내 글이 실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10시 연구실에 나와 노대통령이, 내가 코흘리며 툼벙에서 점벙대며 자라났던 나의 고향 천안 목천 독립기념관에서 아주 경쾌하게 원고도 보지않고 연설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영화 〈화씨 9/11〉에 나타난 미합중국의 정계를 연상해보면 대한민국의 리더들은 우리사회를 도덕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열망에 불타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문편집까지 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내 글을 같이 실을 경우, 엄청난 여론의 상승적 효과가 있을 것이며 신문사에도 구체적으로 이익이 되리라고 낙관했다.

그런데 일요일(15) 오후 4시가 되었을 때, 신문사 편집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월요일) 제1기고문은 실을 수 있겠는데, 제2기고문은 실을 수 없겠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인즉, "행정수도문제는 찬·반의 입장을 국민에게 같이 보여줌으로써 국민 스스로 합의된 결론을 이끌어가게 하는 것이 본 신문사의 입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제 글을 싣는 것이야말로 바로 찬·반의 의견을 공평하게 국민에게 제시하는 귀 신문사의 입장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더니 난처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솔로몬왕 앞에서 아이를 반으로 가를 수 없듯이, 한 글의 유기적 맥락은 반으로 갈라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소위 우리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하는 신문이 도올의 글까지도 자기 구미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하려 한다면, 결국 그 신문은 좁은 친족의 울타리 속에서 인브리딩하다가 소멸되어간 차르왕가처럼 점점 좁은 세계로 축소되어갈 것은 너무도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런데 더욱 더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의 글의 정보가 과거처럼 메이저 신문사가 거절하여 완전히 이 사회로부터 차단되고 묵살된다면 다행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들의 차단을 넘어서는 정보의 공간이 우리사회에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고 하는 명백한 현실을 그들만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나는 우리사회에서 <오마이뉴스>의 존재를 이토록 감사하게 느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와 같은 매체의 존재가 우리 역사의 진로를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마이뉴스>와 같은 쌍방적인 소통방식이 이 사회에 살아있는 한 우리사회의 민주는 퇴보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나의 글이 과연 권위있다 하는 메이저에 실리지 못할 글인지 독자 여러분들이 스스로 판단해보라!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매체가 이 시대의 메이저가 될 것인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해보라!

2004년 8월 15일 오후 5시30분

쓰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도올 김용옥 올림

세계는 긴박한데, 우린 너무 한가하고 나른하다

인류의 역사는 광적 영감이다. 우리민족은 지금 한가하게 살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우선 모든 사람이 경제위기를 실감하고 민생의 하락을 절감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자기땅이라 하고 중국은 고구려 역사가 자기네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의 네오콘들은 호시탐탐 한반도에서의 무력적 긴장감의 고조를 조장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역사 전체의 흐름에는 불길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북핵문제도 구체적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으며, 무력충돌을 불사하겠다고 으르렁거리는 대만해협 양안(兩岸) 사이에는 타협이나 양보의 가능성이 봉쇄된 채, 세계열강의 이해가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블랙홀이 형성되고 있다. 아삐엔(阿扁, 츠언쉐이삐엔 총통의 애칭)은 타이뚜(臺獨: 대만독립)의 민진당을 이끌고 입법위원선거로 돌진하고 있고, 부시와 케리는 막바지 승부수로 돌입하고 있다. 네오콘이냐? 민주당이냐? 이 승부는 세계지도의 운명이 오가는 혈전이다.

생각해보라! 우리나라가 분할된 유럽의 한 나라이거나, 저 뉴질란드처럼 세계 긴장구도 속에서 쭉 빠져있다면 별 걱정않고 살아도 될지 모르지만, 한반도 주변엔 작은 나라는 없고 세계 모든 열강의 관심이 지정학적으로 직접 맞닿아 있다. 러시아·중국·일본·미국의 이해관계가 직접 얽혀있을 수밖에 없는 22만㎢의 땅을 이 지구상에서 한번 찍어보라!

눈을 붉히고 항상 그들의 동태를 살피며 슬기로운 생존의 길을 모색해도 될까말까한 이 시점에 우리는 뉴질란드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나른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다. 그러면서 온갖 투정은 다한다! 잘 살게 해다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우리 운명을 우리 스스로 개척할 때만이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괴물이 된 미국 패권주의의 운명

▲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7월 12일 테네시주 오크 리지 소재 오크 리지 국립실험소에서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미군의 이라크 침공이 올바른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4 AP/연합뉴스
인류의 역사는 "문명과 힘의 축"의 이동으로 특징지워진다. 수메르-아카디아문명에서 에집트문명으로, 희랍문명으로, 로마문명으로, 그리고 게르만문명으로, 그리고 스페인, 영국, 불란서의 흥망과 성쇠로, 그리고 20세기에는 세계문명의 주축으로 미국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20세기 초기에 잠깐 영국의 해군력이 세계를 제패해본 적이 있지만, 현재 미국의 군사력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의 군사력을 합친 것보다 더 쎄다.

그리고 미국의 지배영역은 인류사상 존재했던 어떠한 제국보다도, 알렉산더의 헬레니즘제국이나, 케사르의 로마제국, 징기스칸의 몽골제국, 그 어느 제국보다 글로벌하다. 그 영향력이 전 지구촌 구석구석 아니 미치는 곳이 없다. 세계의 주요해협을 다 장악하고 있으며 제공권 또한 막강하다. 유럽역사의 모든 위대한 전승이 프로테스탄티즘과 함께 미대륙으로 결집되고, 히틀러의 난동이 유럽의 최상의 과학자들과 최고의 무형문화재들을 다 자유의 여신상 아래로 집결토록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20세기 미국은 미증유의 레바이아탄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학문명의 축복을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연결시킨 것은 미국의 교육자원이었다. 인류에게 자유의 희망을 주었던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빌미로 냉전체제를 구축하면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괴물이 될 줄이야! 그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6·25라는 한반도의 비극이었다. 그것은 강대국들에 의하여 유도된 전쟁(induced war)이었으며, 우리민족은 남·북이 다 무지함 속에 그 유인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다. 이제 그 비극을 우리는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자아!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냉전 후 미국의 독주체제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20세기 미국이라는 문명주축은 21세기에도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만물유전(萬物流轉)이라, 모든 것은 흐른다. 미국축은 이제 타 문명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계사적 관심은 자연히 중국이라는 새로운 레바이아탄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논의를 보다 정교히하기 위해 미국의 우월성(American Supremacy)이 쉽사리 깨질 수 있다는 관망은 하지 말자. 앞으로 30년간은 그 우월성이 어차피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향후 30년은 미국의 주도권이 분산되어가는 흐름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제는 중국... 그러나 미국식 발전모델은 파국 부른다

중국의 미래는 곧 인류의 미래다! 서양에서는 문명의 축이 계속 이동했지만 동양에서는 문명의 축이 공간적으로 고정되었으며 대신 분열과 통합이라는 다이내믹스만 존재했다. 그 축은 말할 나위 없이 중국이다. 중국민족이 중국을 다스린 것이 신농·복희 이래 긴 역사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은 역사상 존재해본 적이 없는 대통합을 이룩했다. 모택동의 천하통일은 진시황의 천하통일을 크게 능가하는 것이다.

에집트문명이 오늘날까지 그 자리에서 문명의 축을 연속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형국이다. 그래서 중국이라는 축적된 전승의 괴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주의적 뷰로크라시의 획일성·효율성·권위주의를, 자본주의적 개방성·능률성·성과주의와 매우 교묘하게 결합시켰다. 소비에트가 그러한 결합에 실패한데 반하여 중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교라는 기나긴 전승의 결합매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라! 미국이 현재 인류전체 인구의 4.6%밖에 되지 않으면서 세계 에너지자원의 40%를 쓰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자본주의적 발전이 인류인구의 21%를 차지하면서, 미국식의 슈프리마시(supremacy, 패권)를 추구한다면 인류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지구가 하나 더 있어도 모자라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향후 중국의 미국식 발전모델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며 도덕적으로 부당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괴물에 이미 붙어버린 관성의 체계는 그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상하이 푸똥은 뉴욕 맨하탄의 천박한 복사판으로 변모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엊그제 아시안컵 축구결승에서 중국이 실력으로 정당하게 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인 일본에게 행패부리는 난동과 망동을! 한국이 결승에 안 올라간 것을 다행이라고 자위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그러한 황당한 부도덕성보다 더 저열한 부도덕성을 엄격한 룰이 있는 스포츠정신에 있어서까지 그토록 전국민이 열광적으로 발현하고 또 그것이 조장되고 있다고 한다면 중국이라는 파우어의 개방과 발전이 과연 인류사에 무엇을 의미할 것인가?

모택동의 문화혁명이 중국의 비극이었다고 말하기 전에 문화혁명을 극복하는 과정이 그나마 문화혁명이 지녔던 어떤 자내적 순결성을 처절하게 짓밟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늘의 중국의 이 현실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중국에게 항의조차 할 수 없는 까닭은 일본인의 행태가 남경에서 30만의 인민을 학살하고 수천수만의 조선의 여인과 남정의 인권을 유린한 역사를 왜곡하면서도 거짓으로 덮으려고만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적나라한 부도덕한 힘의 대결구도 속에서 과연 우리민족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

우리 민족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 지난 3월 3일 베이징에서 개막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CPCC)에 참석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왼쪽)이 장쩌민 전 주석과 회의에 앞서 귀속말을 나누고 있다.
ⓒ2004 AP/연합뉴스
세계의 열강은 물론 중국의 힘의 비대를 원치 않는다. 중국과 공존을 모색하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견제하는가에 모든 관심의 초점이 몰리고 있다. 미군의 전략적 재배치구상이나 MD구축은 모두 이러한 이유에서 등장하고 있는 세계사적 기류다. 그런데 이러한 기류 속에서 태어난 기적적인 기화(奇花)가 바로 츠언쉐이삐엔이 이끄는 타이뚜(臺獨)운동인 것이다.

대만은 본래 남도어계(Austronesian languages)의 폴리네시안 원주민의 해양문화로 중국역사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1498년 바스코다가마가 유럽-아시아 직항로를 개설한 이후이며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식민지가 된다(하멜 제주도표류는 이때 이루어진 사건). 그리고 반청복명의 기치를 내세웠던 정성공(鄭成功)이 청에게 패배하여 이곳에 네덜란드 총독부를 몰아내고 정씨왕국(1661-1683)을 세운다.

그후 정씨왕국은 청조에 복속되었고, 근세에 와서 우리나라 동학혁명을 계기로 발발한 청일전쟁에서 청조가 패배하자 그 대가로 대만섬과 팽호열도를 일본에게 할양한다(마관조약). 그리고 51년간의 식민통치 후 1945년 일본은 물러나면서 당시 중국에는 대만을 접수할 수 있었던 국체(國體)가 없었기 때문에 국민당(黨)에게 권력을 이양할 수밖에 없었다. 대만을 접수한 국민당, 그 오합지졸의 군인들은 그나마 질서있었던 일본식민통치의 룰조차 무시하면서 행패를 일삼게 된다.

그러다가 1947년 2·28사건이 터진다. 국민당 전매국 단속원이 양담배를 판매하던 할머니를 총개머리로 으깨버린 사건에서 발발한 2·28사건으로 무려 2만명 이상의 대만인이 학살되었다. 5·18광주사태에서 흘린 수백명의 피의 통한을 생각해볼 때는 피젖은 대만산하의 비극의 심각성은 공감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 뒤 대만은 38년동안이나 국민당 계엄통치에서 지내야만 했다.

대만인은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가져본 적이 없다. 스페인-포르투갈-네덜란드-정성공-만청-일본-국민당, 이 400년의 역사가 식민의 역사일 뿐이다. 그들은 중국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거부할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85%를 차지하는 대만인 스스로 자신들의 국가를 건설하려는 노력! 그것이 바로 타이뚜(臺獨)운동인 것이다. 그것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두 나라가 한국과 대만이라는 이 역사적 기류에 뿌리박고 있는 것이기에, 건강한 민중의 자각이며 보다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아시아를 위한 사회변화인 것이다.

대만은 작은 나라이지만 일인당 GNP가 2만2천불에 달하는 선진국이며, 외환보유고가 세계 제2위의 나라이며 2천억불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대국이다. 그리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군력과 해군력은 중국이 현재 함부로 맞설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육군보병만이 우위를 점하지만 중국의 육군이 대만을 점령할 수 있는 찬스는 희박하다. 그래서 미사일공격에 의존할 뿐이지만 대만의 막강한 공군력은 본토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대만의 로비스트들은 현 미국의 네오콘과 한통속이며, 일본의 우익적 성향의 모든 파우어와 깊게 결탁되어 있다.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182억불의 무기를 구입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침몰치 않는 대만이라는 항공모함을 포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리고 대만인은 홍콩식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수용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중국-대만 갈등과 우리의 한반도 해법과의 관계

중국본토의 사정은 어떠한가? 지앙쩌민(江澤民)은 2002년 10월 전당대회를 열어 후진타오(胡錦濤)에게 당총서기를 넘겨주었고 작년 3월 전인대회에서 국가주석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지앙은 아직도 당군사위 주석을 장악하고 있다. 아직도 군권이라는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나 원지아빠오(溫家寶)와 같은 4세대 지도부는 매우 이성적이며 세계화의 질서에 편입하려고 힘쓰며 중국사회의 근본기강이 합리화되는 것을 원한다.

그러나 중국군부는 경제권까지 쥐고있는 막강한 이익집단이며 중국사회가 밑에서부터 합리화되고 민주화되면 될수록 체질적으로 불안감과 거부감을 느낀다. 강력한 군부 뷰로크라시의 만연된 부패의 타성을 지속하고 싶어하는 것은 본능인 것이다. 따라서 오늘 중국본토의 정세는 지앙으로 대변되는 군부세력과 후로 대변되는 합리적 행정관료세력의 갈등이 기조로 깔려있다.

그런데 군부는 대만문제를 인민해방군의 미해방지구에 대한 해방전선으로 활용하여 그 존재이유를 확고히 하고 후진타오 세력에게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빌미로 삼으려 한다. 자본주의의 물결에 타락하는 인성을 핑계삼아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중국의 군부는 5·17직전의 전두환 신군부와도 같은 긴장감 속에 싸여 있다. 대만의 대륙계 외성인(外省人)들은 아이러니칼하게도 대륙에 투자를 해서 돈을 벌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군부의 동향에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후진타오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한반도문제를 포함, 미국을 중재시켜 대만문제까지 평화적 해결방식을 모색하는 것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나는 2003년 8월 대만에 가서 대만대학 동문인 츠언총통을 만났고 그의 재선을 예언했다. 2004년 3월 20일, 그가 피눈물나는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나는 무릎을 치면서 우리민족의 미래에 서광이 비친다고 생각했다. 대만해협의 블랙홀화는 코소보, 이라크이래 또 하나의 화약고로서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 매파의 시각을 회전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본을 중심으로 전력투사기지(PPH)를 건설하고 주한미군기지를 이전한다고 하는 것은 한국이 2등급 국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전지대로 빠지게 되는 천우신조의 기회가 오는 것이다.

미·일의 군사적 동맹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우리에게는 매우 유리한 평화전략의 조건이 형성된다.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국제문제전문지 <환구시보>(7월 12일자)는 유사시 일본이 대만해협에 개입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츠언총통은 2006년까지는 대만독립의 헌법을 마련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17일, 2008년 올림픽 이전에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즉 올림픽을 무산시키고, 경제성장을 멈추고, 대미관계의 정면대결을 불사하더라도 대만독립을 저지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지금 대만전선에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한국과 대만이라는 두 개의 전선(Two Fronts)을 감당할 여력도 없고 필요도 없다. 한반도의 정세는 완화시키는 방향에서 진행시키면서 대만이라는 하나의 전선을 고집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네오콘은 한반도와 대만해협의 두개 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견제에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북핵에 대한 리비아식 해법운운 하지만 그것은 언제고 아전인수 식으로 뒤집을 수 있게 되어있다.

지금으로부터 5개월! 우리에게는 일각이 천추같은 시간이다. 미국은 선거기간동안에는 꼼짝하지 못한다. 부시의 낙선을 전제하고 우리의 전략을 짜서는 아니된다. 11월말! 늦어도 12월말까지는, 다시 말해서 미국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이 고착되기 이전에 우리는 미국의 동북아전략구상에서 평화의 벨트로 빠져나가야 한다. 두번 다시 오기 어려운 절호의 대운을 세계사는 우리에게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남북정상 만나야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국민이 총합심해서 지난 6·15 공동선언을 재확인하고 김정일위원장의 답방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가 못내려오겠다면 노대통령이라도 다시 올라가야 한다. 핵문제 해결이 정상회담의 전제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가 주체적으로 풀려나갈 가능성이 있다. 11월 이전에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의 정상이 만나 조선반도는 강대국들의 군사적 대결의 영토가 아니라, 세계인들을 위한 평화공존의 영토며, 경제협력의 영토며, 문화교류의 영토라는 것을 만방에 선포해야 한다.

북한도 깨어나야 한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지 마라! 그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남한의 동포들은 마음이 열려있다. 그대들도 적극적으로 이 금수강산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가상적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우리의 문제는 당사자인 우리들끼리 먼저 해결해서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우리를 따라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쓰리쿠션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통일부의 사명은 바로 이러한 지혜를 짜내고 물밑접촉을 통해 그 지혜를 현실로 실현시키는데 있는 것이다.

단 정상회담은 그냥 만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사전구상의 콘텐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콘텐츠는 "행정수도이전"이라는 중대한 함수의 고려가 없이는 짜여질 수가 없다. 이 땅의 국민들이여! 이 도올의 애절한 호소를 한번 더 들어보라! <계속>

(행정수도이전과 관련한 도올의 두 번째 특별기고문은 17일 오전 이어집니다. 이 글의 외래어 표기는 C·K System(최영애·김용옥 표기법)을 따른 것이며 띄어쓰기·맞춤법 등도 필자 나름대로의 원칙을 존중하였습니다.....편집자 주)

<도올 김용옥 기자>

(오마이뉴스 2004-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