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비판 조선족사이트 폐쇄당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던 ‘중국 조선족 학생 센터’ 사이트가 14일 폐쇄당했다.

이 사이트의 운영팀은 이날 삭제당한 홈페이지에 짧은 해명문을 실어 “최근 본 사이트에 국가의 정책·법률에 맞지 않는 일부 내용들이 나타났고 또한 회원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사이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하게 되었다”며 “사이트 내용을 정리정돈하기 위해 한달 동안 내부 정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 관계자는 이번 폐쇄가 중국 당국에 의한 강제 조처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국가의 정책·법률에 맞지 않는 내용”이 문제가 됐음을 밝혀 이 사이트의 토론 내용이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음을 내비쳤다. “국가의 정책·법률에 맞지 않는 내용”이란 중국 당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동북공정’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을 뜻한다.

이 사이트 운영팀은 이보다 앞서 이 사이트에서 벌어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한 논쟁 내용이 <한겨레> 12일치에 소개된 직후인 13일 ‘토론광장’에 “지나치게 예민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삼가달라”는 안내문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이트의 폐쇄 이후에도 조선족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인 ‘조선족마당’( http://kcw21.com/html/kcw21.html ), ‘해외파’ 조선족들이 운영하는 ‘월드아리랑논단’( www.arirang-world.org/bbs/cgi-bin/leobbs.cgi ) 등 사이트의 ‘토론광장’을 통해 고구려사 왜곡 비판 여론이 확산해 가고 있어 중국 당국의 인터넷 여론 검열 강화에 대한 우려도 확산해 가고 있다.

한편, 중국 내 소수민족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는 중국 한족의 고구려사 왜곡이 조선족의 역사를 침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소수민족의 역사 또한 중국 한족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가장 활발히 올라오고 있는 곳은 몽골족이 운영하는 ‘몽골풍정(풍토와 인정)논단’( www.minimongol.com/asp/index.php )이다. ‘창랑 2004’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몽골 정부가 지난달 몽골역사박물관 관장과 주중 몽골 대사를 통해 “고구려는 중국의 역사가 아니다”라고 밝혔음을 환기시키며, 중국 역사왜곡의 가장 큰 피해국인 한국과 몽골 두 나라 정부가 이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협력하고 지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좡족·부이족·다이눙족 등 중국의 세 소수민족이 함께 운영하는 ‘랴오런자위안’이란 사이트 또한 중국 조선족의 고구려 역사 왜곡에 대한 항의 문제가 뜨거운 화제로 부각돼 있다. ‘펑엔엠티’란 이는 “조선족들은 좡족·부이족·다이눙족이 감히 말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족들이 “대다수 중국 국적을 가지고 중국에서 생활하는 중국 공민이면서 중국을 조국으로 별로 인정하지 않고 지도자들을 공격하기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 이상수 베이징특파원 2004-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