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행정수도 반대 헌재의견서 내용] ″정치적 南進 기필코 저지″

수도 이전에 대한 서울시의 의견서는 서울시가 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이며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4일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한 뒤 15일 이명박 시장이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지금까지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수도 이전 저지 노력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기자회견장엔 정부와 일전을 벌이겠다는 각오가 서려 있었다.

의견서는 A4 용지 2300쪽의 방대한 분량이며, 이 시장이 직접 작성한 것과 서울시 명의로 된 내용으로 구분돼 있다. 이 시장이 직접 작성한 26쪽 분량의 의견서는 헌재와 국민에게 공감을 얻으려는 호소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시장은 정부가 국민 의사에 반해 무리하게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국가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고구려는 장수왕 때 수도를 평양으로 옮겨 남진의 터전을 마련했으나 200여년 후 멸망했고, 백제는 공주와 부여로 계속 남행 천도를 한 뒤 멸망의 길을 갔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서울시 명의로 된 의견서는 모두 9개 항목으로 돼 있다.

◇ 국민투표 실시해야 = 남북분단 상황에서 국가 방위의 핵심인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건국 이래 국가 안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이 경우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헌법 규정(72조)에 따라 국민투표를 실시, 국민의 뜻을 들어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국민 의견이 분열돼 있는 상황에서는 국민 통합을 이뤄내고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 수도 이전지 충청권 한정은 평등권 침해 =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은 수도 이전지를 충청권으로 한정, 충청권 이외 지역은 아예 이전 후보지 검토 대상에서 제외해 충청권 이외 지역 주민들의 평등권을 침해했다.

◇ 국회 적법절차 위반 = 국회법이 단서규정에 제정법률안 등에 대한 공청회나 청문회를 위원회 의결로 생략할 수 있다고 한 것은 국민적 합의가 이미 이뤄진 사안이거나 별다른 쟁점이 없는 경우에 한정해 적용해야 한다. 수도 이전과 같은 국가 중대사에 대한 법률을 청문회 등 국민 의견수렴 없이 제정한 것은 적법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법과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 수도 이전은 통일미래 감안해 결정해야 = 통일이라는 과제가 있는 현실에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통일수도는 그 위치에 따라 통일국가의 정체성과 대외관계의 경쟁력,국가경제가 크게 영향받을 수 있기 때문에 7000만 겨레가 다함께 참여해 결정해야 한다.

◇ 국가 안보상 수도는 서울이어야 = 분단 상태의 수도 이전은 대북 전쟁 억지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고, 국방체계를 전면 개편하는데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또 서울시민과 국민의 안보 불안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고 외국 투자가들을 불안하게 할 것이므로 굳건한 국가 안보를 위해 수도는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한다.

◇ 수도 이전은 수도권 과밀 해소 해법으로 부적절 = 50만명 규모의 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 인구의 2%를 옮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도권 과밀 해소법으로 부적절하다. 수도권 과밀 해소는 교통, 환경, 주택정책 등 분야별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처방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충청권 수도 이전은 지역불균형 심화시켜 = 신행정수도 건설 투자로 인한 총 생산유발액 84조원 중 85%는 충청권이 차지하고 수도권 9%, 영남권 3%, 강원과 호남권 각 1%를 차지할 뿐이다. 수도 이전의 경제성장 효과는 충청권에만 집중돼 충청권과 타지역간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 서울의 경쟁력은 대한민국 경쟁력 = 서울은 한반도 중심에 위치해 백제, 조선, 대한민국의 수도로 오랜 역사를 거쳤다. 따라서 우리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자 경제성장과 근대화의 모태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브랜드로 성장했기 때문에 수도로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도를 이전할 게 아니라 서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강화된다.

◇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 활동 중단해야 = 신행정수도추진위의 활동이 계속되면 위헌 판정이 날 경우 막대한 자금 낭비, 지역주민의 재산권 행사 제한, 국민 개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사회적 의사결정으로 인한 혼란과 손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추진위 활동 정지를 청구한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져야 한다.

(국민일보 / 최진광 기자 2004-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