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 하는 中華 패권주의]패권주의에 대한 중국내외 시각

세계는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의 대외정책에 패권주의적인 요소가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북한의 중화패권주의에 대한 시각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알아본다.

대만싸고 美-中 갈등고조

미국은 중국을 잠재적인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 중국은 탈냉전시대 유일 초강대국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게 미국의 평가다. 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정치학)는 2001년 발간한 저서 ‘강대국 정치의 비극’에서 “급성장하는 중국이 21세기 초 미국에 대한 최대 잠재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중국을 세계 경제체제에 편입시키는 노력을 벌이는 한편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의회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추구에 대한 우려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지속할 경우 동아시아 패권국가가 되고 이 지역에 대한 미국 개입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의회가 설립한 미중경제안보 재검토위원회는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역내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반면 미국 영향력은 퇴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동북아 경제협력 구상 등 중국이 포함된 역내 새 질서 구축 시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대만 간 긴장 고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케이토연구소의 테드 카펜터 부소장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 병합을 묵인하게 되면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또 다른 것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박완규특파원

反日 의식 겉으론 ''무관심''

얼마 전 중국에서 벌어진 아시안컵 축구대회 기간에 중국 관중이 노골적으로 드러낸 ‘반일감정’에 크게 반발한 일본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 패권주의적 경향에 겉으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어디까지나 한·중 양국간의 외교문제여서 여기에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3국 국민간의 감정대립만 증폭시켜 득될 게 없다는 외교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도쿄 국립박물관이 광개토대왕 순수비문의 탁본을 ‘중국의 서적(書跡)’으로 전시했다가 주일 한국문화원의 항의를 받고 신속히 시정했는데, 이것 역시 한·중간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됐다.

가뜩이나 중·일간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거듭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외교갈등을 빚고 있어 대중 관계를 더 이상 복잡하게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겨울 연가’를 비롯한 ‘한류 붐’ 등으로 한·일 관계 진전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한국과의 관계도 배려해야 할 입장이기도 하다.

다만 일본 언론은 이번 축구대회 기간에 드러난 중국 청년층의 반일감정에 대해 “최근 수년 사이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는 대국의식과 장쩌민(江澤民) 시대의 애국교육의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전현일특파원

美패권 저지 유일국가 인식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목표는 지역 패자가 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아직 일본을 능가하지 못하지만 군사적으로는 이미 지역 최대 강국으로 군사대국의 문턱에 서 있다.

중국은 지금 시간이 필요하다. 초대강국 미국을 견제할 역량을 축적하는 동안 대만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미국과 충돌하는 군사적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가 단극과 다극화로 가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다극화 추진이 미국의 세계 패권을 저지하는 지름길로 보고 있다.

이라크전쟁을 전후해 유럽연합(EU) 내 프랑스와 독일 등이 취한 반미적 노선에 고무된 중국은 다극화 추진에 추동력이 생긴 것으로 보고 EU와의 관계개선에 더욱 노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에서 갖게 될 역할에 대해선 구조적 변위(變位)를 통찰하는 것이 유용하다. 중국은 아시아의 경제대국으로서 지역 세력화를 도모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안보정책의 취약성을 보완, 내실을 기하면서 군의 현대화를 통해 해군력을 증강, 동아시아 지역 맹주로 군림할 것으로 유럽의 권위있는 일간지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NZZ)은 전망했다.

프랑크푸르트=남정호특파원

"결코 패권 추구안해" 강변

중국은 대외적으로 결코 패권주의적이지 않다고 강변한다. 기회있을 때마다 ‘공존공생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외치고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지난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위안화 환율 싸움을 둘러싸고 잘 드러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는 미국과 일본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대해 “이웃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환율 공방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싸움인데도 여기에 주변국과의 공존론을 끌어다 붙였다.

중국은 중국위협론에 대해 자국의 발전을 가로막기 위한 악의적인 선전이라고 반박한다. 국방예산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은 미국의 20분의 1에 지나지 않으며 일본보다 적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의 실제 움직임은 전혀 다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회에서 부국강병론을 들고 나왔다. 후 주석은 “경제건설 없이는 국방력 강화도 힘들지만 국방건설이 이뤄지지 않는 한 경제건설의 안전도 보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은 202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35조위안(약 2조2332억달러)으로 확대,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일어서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베이징=강호원특파원

中눈치 보느라 목소리 못내

중국의 패권주의를 바라보는 북한의 입장은 미묘하다. 중국의 움직임에 긴장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형편은 못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서도 제대로 쓴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북한이 민족적 정체성과 정통성을 내세우는 근거로 활용한 고구려 역사를 송두리째 뺏길 수 있는 위기에도 침묵하는 이유는 중국과의 정치적 연결고리 때문이다.

북한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역사 왜곡을 거세게 비난했다. 신의주특구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빈(楊斌)이 중국 당국에 전격 구속된 2002년 이후 북·중간에는 냉기류가 지속됐다. 하지만 지난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양국 관계가 회복됐다. 이후 중국은 북핵 6자회담 등에서 북한의 입장을 배려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운명이 달려 있는 핵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동맹이 절실한 상황에서 역사 왜곡 문제로 중국을 직접 겨냥해 자극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대규모 경제 지원도 북한이 중국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은 꾸준히 북한에 유류와 식량을 지원하고 있으며 공산품도 싼값에 공급하는 등 경제난 해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중국은 또 2400만달러를 들여 평남 대안군에 유리공장을 건설해주기도 했다.

박호근기자

(세계일보 2004-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