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필요한 ‘고구려사 대응’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성토하는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 학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대책도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역량이 결집되지 못해 효과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도 나타난다. 정부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정부는 “어떤 양보나 타협도 없이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만외교 강화, 주중대사 소환, 정상외교 중단 등의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대만 사이의 직항 노선을 다시 열기 위한 항공협정 체결 협상에 속도가 붙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얘기된다. 그럼에도 어떤 목표를 설정해 어떻게 관철시켜나가려 하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외교통상부는 “내년 가을 학기 역사교과서 개정을 앞두고 올해 안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정부의 ‘역사교과과정표준’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것은 차치하고 교과서 왜곡을 막는 것이 주요 목표인 듯한 이런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

학술적인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제안과는 달리 중국은 ‘정치공작’의 차원에서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활용하고 있다. 학술적인 사안이라면 학계의 논의에 그쳐야 할 터인데, 중국내 고구려 유적의 안내문과 안내책자를 일제히 왜곡된 내용으로 바꾸고 왜곡된 대학 교재까지 펴낸 게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정부는 학술 논의에서 벗어난 모든 왜곡 사례를 적시해 고치거나 폐기하도록 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중국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 목표를 추진하고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하는 것도 물론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이런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고구려사 왜곡이 패권주의 추구를 세계에 선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잘못을 사과하고 필요한 조처를 취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다.

(한겨레신문 2004-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