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亞·몽골·연해주 고구려 영향 ‘고려인’

외국 거주의 동포들을 호칭할 때 각기 지역에 따라 달리 부르고 있다. 이는 역사의 전개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중앙아시아와 몽골, 연해주 사할린 일대에서는 거의 고려라 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예전 고구려와 지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교류를 활발하게 튼 지역이었다.

이곳 교민들을 고려인이라 부르며 교민단체를 고려인회, 신문 제호를 고려신문, 우리 고유의 춤도 고려춤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남쪽 출신 교민들이 많은 데도 관행에 따라 이런 표현을 쓰고 있다.

고구려의 잔영이 그대로 남은 덕분일 것이다. 중국에서는 과거 고구려를 나타내는 ‘거우리’라는 표현이 남아 있으나 주로 조선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곧 조선족, 조선족자치구 따위로 이름 붙였다. 중국공산당의 지원을 받은 조선독립동맹과 조선의용군의 표기를 따른 것인지, 우의를 돈독히 하고 있는 조선인민공화국의 국호에 맞춘 것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고려 또는 고려족이라는 말을 결코 쓰지 않는다. 근래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뒤 남쪽을 표현할 때 ‘한궈’(韓國)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중국 당국의 공식 용어는 말할 나위도 없이 북쪽은 조선, 남쪽은 한국이다. 이와 달리 중국의 국민정서는 관행에 따라 조선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 교민들 가운데 북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조선 또는 조선인으로, 남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한국 또는 한국인이라 표기하고 있다. 일본사람들은 역사적 근거에 따라 신라·백제 또는 고려를 정확하게 구분해 사용했다. 현재에는 자기들의 편의와 관습에 따라 조선과 한국을 섞어 사용할 뿐이다.

미주와 유럽에서는 한국으로 통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주에는 대한제국 당시 첫 이민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또 이 시기에 안창호, 이승만 등 초기 망명자들이 이주했다. 그리하여 조국을 대한제국이라 여기는 의식이 팽배했을 것이다.

또 대한민국이라 부른 임시정부를 어느 지역보다도 가장 많이 지원한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 또 해방 뒤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가서 산 원인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교민의 호칭을 달리하는 것은 역사적 과정과 조건에 영향을 받은 탓이지, 비록 느슨한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았을지라도 민족 정체성과는 별로 관련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굳이 통일시킬 필요가 없이 자연 발생적으로 두어도 좋을 것이다.

<이이화 / 역사학자>

(경향신문 2004-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