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 대응책 봇물

정부와 정치권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는 11일 외교부와 교육부를 대상으로 상임위 전체회의와 간담회를 열어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국회 통외통위는 외교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고구려사 왜곡으로 시작한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로 민족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거시적인 시각에서 대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앞으로도 중국의 역사왜곡 중단과 시정을 요구하고,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장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여서 범정부 차원에서도 치밀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중국 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을 구성, 중국의 교과서 왜곡사실을 발견할 경우 즉시 외교적 경로를 통해 항의하고 시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또 공무원 임용시험에 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하고 차기 교육과정 개정때 초·중등 과정의 국사교육을 강화키로 했다.

고구려연구재단도 북한의 고구려유적 공동조사·발굴 및 공동학술연구 추진을 통해 역사왜곡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또 한·중 공동학술회의를 개최, 중국측 주장을 반박하고 설득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

이날 통외통위 간담회에서 임채정 위원장은 “단순한 학문적 접근이 아니라 남북통일 이후 한반도 정세 및 동북아 질서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 수위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올코트 프레싱’을 강조했다. 정의원은 “조용한 외교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서 중국측에 엄중경고를 해야 범정부적인 대책이 힘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질타했다. 정의원은 이어 “고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만큼 역사연구 및 고대사를 다루는 문화활동에 정부예산을 지원, 민족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들도 민족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대응수위를 높여줄 것을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정부는 중국이 교과서까지는 왜곡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중국 교과서는 지방자치단체 및 학술단체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왜곡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상시감시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구논회 의원은 “일본의 역사왜곡 사태와 달리 중국에 대해서는 정부가 외곽 때리기만 하고 있다”고 꼬집은 뒤 “학습만이 대안인 만큼 재중국 교포에 대해 한국역사 알리기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 조현철 기자 2004-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