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언론 “고구려는 우리 민족사”

북한 관영매체들이 최근 대동강 유역의 고구려 유적과 관련된 특집을 집중 보도하는 등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을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북·중관계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북한은 공개적인 비난을 삼가고 있지만 “고구려사는 우리 민족사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 중국의 역사왜곡 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북한 중앙방송은 지난 9일 ‘민족사를 실증하는 역사 유적·유물’ 특집에서 평양시 승호구역과 만경대구역 등에서 발굴된 유적을 소개하며 우리 민족이 고조선·고구려·고려로 이어지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평양 용악산 지역에서 발굴된 벽화고분 등을 통해 “평양의 용악산지구에서 고조선으로부터 고구려, 고려로 이어지는 오랜 역사적 시기의 유적과 유물들이 새로 발굴된 것은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가 최근 용악산 지역에서 고구려 벽화 고분 1기를 비롯한 고인돌 112기, 고구려 ‘돌칸 흙무덤’ 19기, 벽돌무덤 3기, 고려의 용악사 터를 발굴한 소식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도 같은날 황해북도 봉산군 마산리 유적에서 7,000년 전의 시루 2개가 발굴된 소식을 전하면서 “단군조선의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역사적 뿌리가 마련되고 물질문화 조건이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평양방송은 지난 5일 ‘조선민족의 슬기 넘쳐나는 고구려 무덤벽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우수한 문화전통과 고상한 정서가 진실하고 생동하게 묘사되어 있어 민족적 향취를 한껏 풍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측 인사들은 남북대화 석상에서 (역사왜곡과 관련해) 일본은 자기들이 맡을 테니 중국은 남측이 대응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북측 역시 고구려사 왜곡에 분노하고 있지만 현실적 이유로 반응을 자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 김진호 기자 2004-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