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사교과서 개정 고구려사 중국사 편입 눈앞

역사왜곡 제2라운드, 정부 강경 대응 방침

고구려를 중국역사속에 편입시키는 내용의 중국당국의 역사 교과서 개정작업이 올해 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정부의 교과서 왜곡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고구려 史’ 왜곡을 둘러싼 파장은 한-중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돼 갈수록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홍규 한국외대 교수는 9일 “중국의 교과서 왜곡은 막연한 가정이 아니다”며 “동북공정 주도 학자들은 이미 사전류의 개정과 역사교과서 개정을 공언하고 있다”고 말해 중국의 교과서 왜곡 개정 움직임을 확인해 줬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도 “사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중국의 교과서 왜곡 개정”이라며 “기존 외교채널은 물론 민-관 모두의 역량을 총동원, 역사교과서 왜곡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대변했다.

중국의 역사교육 전문가인 박장배 한국산업기술대 강사도 지난 달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있었던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동시 등재 이후 대응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중국이 자료축적과 논리개발 단계를 넘어 교과서 개정에 손댈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의 역사 교과서 개정 시기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내년 가을에 사용될 교과서의 내용이 확정되는 시기를 올해 말쯤으로 잡고 있다. 내년부터는 인쇄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 역시 9일 “당초 중국 역사교과서의 개정 시기는 내년으로 알려졌으나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9월 신학기 전에도 역사교과서를 개정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중국 역사교과서는 과거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바뀐 상태이지만 인민교육출판사의 점유율이 60~70%에 이르는 등 소수(베이징사범대학출판사, 상하이교육출판사 등) 출판사들의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국정교과서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이유로 중국 당국이 고구려사와 관련한 별도 지침을 하달할 경우 올 가을 심사 및 개정단계에서 반영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 교과서 왜곡이 몰고 올 파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현재 중국 내에서조차 동북공정(東北工程)의 ‘고구려사는 중국의 변방사’라는 연구는 소수의견에 그치고 있지만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실릴 경우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교과서 왜곡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교과서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는 지난 6일 제2차 고구려사 왜곡 실무대책협의에서 “고구려사 왜곡문제에 대한 중국측과 타협의 여지는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정면 대응키로 했다”며 “중국 내의 각급 역사교과서의 고구려사 기술 내용을 검토,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보는 또 10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중국과 외교분쟁시 대만외교 강화, 주중대사 소환, 한중 정상외교 중단 등의 방안이 실제로 채택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때 그때 상황을 봐 가면서 적절한 외교적 수단을 활용할 것이다. 우리가 그런 카드를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정부는 또 지난 주 중국을 방문했던 박준우 외교통상부 아태국장을 통해 “중국 정부가 역사교과서 개정을 통해 우리 민족과 국가의 뿌리이고 정체성의 근본인 고구려사 왜곡을 시도할 경우 이를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어떤 희생도 치를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만의 하나 중국 정부가 교과서 왜곡을 시도할 경우 우리 정부는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 ‘올인’하게 될 것”이라며 교과서 왜곡 움직임에 강하게 대처할 것임을 예고했다.

9일 여야가 구성을 합의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특위’(가칭)도 중국의 교과서 왜곡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위활동 시한을 이례적으로 내년 12월 31일까지로 길게 정한 것은 중국의 교과서 개편이 완결되는 내년 말까지 활동하며 고구려사 왜곡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싼 한-중 간의 공방은 중국의 교과서 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제 2 라운드를 맞이하고 있다. 미온적인 대처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정부가 중국의 교과서 왜곡 움직임에는 강경 대처 입장을 밝히고 있고 중국은 정부의 왜곡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고 역사 왜곡을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싼 양국의 마찰은 더욱 심해 질 것으로 보인다.

(업코리아 / 이영기 기자 2004-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