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中 역사왜곡'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한.중 관계가 수교 12년만에 일대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료축적 및 연구를 통한 체계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각계 전문가들이 밝힌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견해를 요약한 것이다.

▲ 최광식(고려대 한국사 교수) = 중국은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역사왜곡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선 교육기관에 고구려사 교육지침을 내려보내는가 하면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사를 빼버리는 등 움직임이 발빠르다. 내년에 중국의 검인정 역사교과서가 개정된다. 중국 정부가 듣는둥 마는둥 하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외교적 대책을 마련하는게 중요하다.

고구려사가 한국사라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자명하고 논쟁거리가 못된다. 고구려사 왜곡의 본질은 학문적 논쟁 차원이 아니라 의도적 정치행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중국의 패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연대가 중요하다. 한.중간 갈등 구도로 가면 문제는 정체되고 말 것이다. 북한, 일본 등과 연대함으로써 한.중 양자 대립구도에 제3자를 개입시켜 중국을 외교적으로 압박해야 한다. 학계는 중국 인접 국가 학자들과 꾸준한 연계학술 활동을 통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사례를 지적할 수 있는 연구성과를 발표해야 한다.

▲ 유원준(경희대 사학과(중국사 전공) 교수) = 중국은 국가 이데올로기의 전환기에 있다. 중국 이데올로기의 핵심이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에서 저우언라이(周恩 來)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모순이 있다. 마오쩌둥이 과거 중국 그 자체였지 만 이제는 혁명가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국가정체성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중국이 선택한 것이 스포츠와 역사작업이다. 동북 공정을 포함한 중국의 역사 작업은 이데올로기를 걸고 하는 것이니만큼 중국은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우리는 대처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고구려 역사 연구에 대한 학술적 축적이 빈약했다. 20년전 고구려 역사 논쟁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게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연구가 북한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져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다.

외교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국회나 학계가 장기적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편이 낫다. 일본 독도 분쟁처럼 `한판 붙자'는 식의 대응은 한계가 있다. 북한과 손잡고 고구려 유적을 공동으로 보관.관리해나가야 한다. 고구려 영토와 유물, 유적지가 현재 모두 중국의 영토 내에 있는 만큼 중국도 고구려 역사에 대해 얼마든지 논할 권리가 있다. 그런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 노태돈(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 고구려사 문제는 그동안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해 왔던 것인데 묵살되다가 갑자기 언론에서 보도하니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구려사 문제는 단기에 해결될 수 없는 것으로 장기간에 걸쳐 고구려사 연구를 위 한 자료 수집과 연구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가을부터 문제가 불거지니까 고구려재단을 세우고 부랴부랴 연구 인력을 양성한다고 예산을 배정하고 대책을 세웠지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은 걸린다. 그동안 국사교육을 등한시한 것도 원인인데 두가지 이유를 들면 세계화.국제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자기 역사에 소홀한 면이 있었고 지난 군사정권 시기 일부 왜곡된 역사에 대한 불만이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전체 역사를 등한시 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 권태억(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 고구려사 문제는 감정적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우선 감정을 가라앉히고 학문적 논리를 바탕으로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대처 해야 한다.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스스로 국사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 다.

고구려사 문제는 예산이 확보안됐고 실제로 고구려에 대한 연구자나 전문가가 부족한게 현실이다. 정부는 갑자기 대처한다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럴게 아니라 차분하게 고구려사를 연구하고 자료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서양에서 자신의 역사가 타국에 의해 왜곡됐을 경우 취한 대처에 대해 모범 사례를 찾아 참고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 후 한국측의 영토 주장을 우려해 사전에 이를 막기 위해 고구려사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 유임현(국학운동시민연합 사무국장) = 지난 3∼8일 중국을 갔다왔는데 고구려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내부적으로는 상황이 다 공유가 된 상황같았다. 고구려사가 중국사임을 명확히 해놨고 중국 국민들도 당연히 그렇게 알고 있다. 이제 내 부정리를 끝내고 주도권을 쥐려는 단계인 것 같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역사적.군사적.문화적 패권주의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최대한 우리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줘야 하고 시민단체 입장에서 국회쪽과 연대해 활동을 해 나가려 한다.

◆ 우대석(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사무국장) = 최근 중국을 방문해 현지를 돌아본 결과 이미 중국은 고구려를 자기 역사로 흡수시키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는 조선족 안내 가이드들에게 어떻게 교육을 시켰는지 가이드는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라고 거리낌없이 답했다. 20-30년 지나면 조선족들은 고구려사를 당연히 중국 역사라고 알게 될 것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조선족을 포함해 티베트,내몽고 등 소수민족 이탈의 도미노 현상을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해석돼야 한다. `아시아의 중심이 중국이다'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고구려사 왜곡문제는 중국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고구려 역사에 대해서도 학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연합뉴스 2004-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