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맹주 군림 세계전략 첫 걸음

동북공정(東北工程)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단순한 역사문제라기보다는 세계전략의 차원에서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동북공정이 단순한 역사 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고 공간적으로는 몽골·한반도·러시아와의 관계까지 포함하는 거대하고 종합적인 전략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국가 전략’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정부가 들어서면서 외교정책에 있어 사회주의 노선에 기초한 소극적 외교에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외교로 전환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동북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노리는 것이다. 이는 종합적 국력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경제대국에서 정치대국, 마침내는 군사대국으로 나아간다는 세계전략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금희연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중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리저널(지역) 파워가 아니라 글로벌(세계) 파워”라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정은 미래를 위한 하나의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북공정을 통해 동북지역 조선족의 이탈가능성, 티베트의 자치독립 요구, 신장위구르 지역과 내몽골 지역 소수 민족의 분규를 잠재워 완전한 국가의 통합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역량을 키워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구려 영토의 대부분을 국경 안에 두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붕괴됐을 경우, 북한 지역에 대해 일종의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일보 / 이상민기자 200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