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사 왜곡 5가지 억지주장과 사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논리와 국내 학계의 반박내용을 정리해본다.

양국 학자들 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핵심 의제 5가지를 정리함으로써 중국측 주장의 잘못된 지점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 고구려의 뿌리는 한반도와 만주 거주 예맥족 = 중국측은 “고구려의 민족적 원류는 서한(西漢·전한)시대 현도군 고구려현 경내의 변강 민족인 부여족 일파를 기반으로 예맥족(濊貊族) 등의 종족이 흘러들어 융합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구려를 이룬 주민집단은 본래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 거주하던 예맥족의 일원이며, 기원전 2세기 후반부터 독자세력으로 성장했다.

또 기원전 107년 한 무제가 한사군을 설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전한이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설치한 것으로 이를 근거로 압록강 중류 일대가 중국의 영토였다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 중국과 고구려는 별개의 독자 정치체제 = 중국은 고구려가 중국역사인 근거로 “고구려는 줄곧 중국 영토 안에 존재했으며 중국 역대 왕조와 신속(臣屬)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삼국지(三國志) 위지동이전에는 고구려와 부여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대회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

즉 “황제만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수 있다”는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은 독자적 정치체제였다. 또 고구려가 쌓았던 천리장성은 국가간 경계를 위한 것이었다. 책봉·조공제는 당시 동아시아 전체에 걸친 외교형식이었을 뿐이다.

◇ 수·당과 고구려의 전쟁은 국제전 = 중국의 억지 주장의 하나는 “수(隋), 당(唐)의 고구려와의 전쟁은 옛 영토를 회복하고 천하공주의 위엄을 되찾으려는 정벌로서 중국 내전이었다”는 것이다.

국내 학자들에 따르면 ‘구당서(舊唐書)’는 당 고조(高祖)가 622년 고구려 영류왕에게 보낸 편지에 ‘이제 두 나라(고구려와 당)가 서로 화평을 통하게 되었으니’라고 쓰고 있다. 고구려와 당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립국가였던 것이다.

또 중국측은 역대 외이열전(外夷列傳)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을 동이전(東夷傳)에 포함시켰다. 고구려가 중국의 속국이라면 당연히 일본 등도 속국이 되어야 한다.

◇ 고구려 유민의 다수 신라·발해에 흡수 = 중국은 또 “고구려 인구는 70만여명이었는데 30만명이 중원으로 이주했다”며 “고구려 멸망 후 신라에 유입된 고구려 인은 소수이며 대부분 한족(漢族)과 융화됐다”고 말한다.

중국이 주장하는 인구 70만의 근거는 ‘고구려 인구가 69만7천호”라는 ‘구당서’의 기록에 근거한 것이다. 이는 ‘1호=1인’으로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한서에 나온 요동군의 인구가 27만2천5백39명이었다는 기록을 근거로 볼 때 7세기쯤 고구려의 인구는 ‘1호당 4명’인 2백80만명 정도다. 최소한 1백만명 이상이 고구려 멸망 이후에도 남아 신라와 발해로 흡수됐다.

◇ 고려는 고구려의 정통성 이은 국가 = 중국은 또 “고구려 멸망 250년 후에 등장한 왕씨고려(王氏高麗)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성종 12년 요(遼)의 대군이 침입하자 서희는 요나라 장군과의 회담에서 “고려가 고구려의 옛땅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라 이름도 고려라고 하며 평양을 도읍지로 삼았다.

고구려의 옛땅을 따지면 요의 동경도 그 경계 안에 있다”고 말했다. 발해 유민을 적극 받아들인 것도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 박영환기자 200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