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개 소수민족은 국가에 충성하라"

“축구는 우리의 국력과 경제력, 군사력을 대표한다. 우리는 오늘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일본에 치욕을 당했다. 우리는 오늘 복수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 간에 아시안컵 축구결승전이 열린 7일. 베이징 노동자(工人) 경기장에 모여든 젊은 중국 관중은 반일(反日) 감정을 쏟아냈다. 이 반일 감정이 일본의 중국 침략 등 과거사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강화된 ‘애국교육’의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반감은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21세기 초강대국인 미국 나아가 한국까지 그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도 이날의 불상사를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 탓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마디로 애국주의 교육이 중화제국주의, 중화패권주의의 부활을 떠받치는 ‘이데올로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애국주의 교육의 내용은 침략 대(對) 저항, 매국 대 애국이라는 이분법적 역사관을 심어 애국의 당위성을 고취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는 데 있다. 집체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사회·소속기관·중화민족·조국의 이익이 개인의 이익보다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이분법적인 역사관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회색(灰色)지대를 방지함과 동시에 조국과 중화민족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단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에 거주하는 한 조선족 중학생의 말이다. “영어 시험에 ‘나는 타이완에 간다’를 영작하라는 문제가 나오면 ‘I go to Taiwan’이라고 쓰면 틀린다. I go to Taiwan in China’라고 반드시 중국이 타이완의 일부임을 나타내는 ‘Taiwan in China’(중국안의 타이완)를 써야 한다.” 애국주의 교육이 한족(漢族)뿐만 아니라 55개 소수민족의 생활에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중국 당국이 그만큼 신경쓴다는 방증이다. 특히 55개 소수민족 중 한국·북한(조선)이라는 모국(母國)을 갖고 있는 조선족에게는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충성을 요구함으로써 모국과의 연계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한신대 이희옥 교수(중국정치)는 “개혁·개방 정책 이후 사회주의가 약화됨에 따라 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강화하기 위해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며 “민족주의를 강조하다 보면 (한족을 제외한) 55개 소수민족과의 관계가 불편하기 때문에 중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강조하며 국가에 대한 충성, 중국 미래에 대한 비전을 집중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휘탁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은 ‘중국의 애국주의와 역사교육’이란 논문에서 “중국의 애국주의가 민족적 배타성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칫 패권적인 억압 이데올로기로 옮아갈 개연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일보 / 김청중 기자 200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