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기는 커녕… 日，중국 편드나

지난달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제 28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중국 지린성 지안시 소재 광개토왕릉비는 아들인 장수왕이 고구려의 황금시대를 구축한 선왕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414년에 세운 비석이다. 1880년대 비석이 발견된 이후 비문의 글자해석을 놓고 한·일 학계간의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일본은 광개토대왕릉비의 일부 문장을 들어 야마토왜가 4세기 후반에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고,특히 가야에 일본부라는 기관을 두어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하였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정당화했다. 광개토대왕릉비의 ‘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殘羅而爲臣民’을 ‘신묘년에 왜가 바다를 건너와서 백제와 신라를 파하고 신민으로 삼았다’는 이른바 ‘신묘년조’로 해석하며 ‘임나일본부설’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위당 정인보 이래 남북한 역사학계는 이 문장을 ‘파(破)’까지 한 문장으로 끊어 ‘왜’가 아닌 ‘고구려’를 주어로 ‘고구려가 신묘년에 일본을 무찔렀다’고 해석해왔다. 하지만 양쪽 주장 가운데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만한 확실한 증거나 자료가 나오지 않아 그동안 한·일 양국의 논쟁이 팽팽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 2003년 5월 지안시의 태왕릉이 광개토대왕릉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출토되면서 ‘임나일본부설’의 근거인 ‘신묘년조’를 반격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지난 1월 중국 지안박물관을 답사한 결과 “태왕릉에서 출토된 청동 방울에 광개토대왕의 이름인 ‘호태왕’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신묘년조’를 정인보 선생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번 도쿄박물관의 안내문에 대해 “임나일본부설은 이제 더 이상 거론의 여지가 없는 엉터리 학설인데도 공공박물관의 설명을 그런 쪽으로 몰아간 것은 일본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명백한 역사왜곡”이라고 강조했다.

또 광개토대왕릉비 예서전문가인 손환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문에 새겨진 글자는 이두 등 기호문자로 이뤄진데 비해 중국은 중원문화 중심의 표의문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광개토대왕릉비는 변방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고구려 유적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일보 / 이광형 기자 200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