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고구려史' 언급할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논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지 주목된다.

중국측의 `의도적인' 역사왜곡에다 민족적 자존심까지 결부돼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외교부의 설득과 압박 등 단기적 대응과, 한.중.일 3국의 역사 공동 연구와 연구결과에 대한 합의도출 등 중.장기 대응이라는 소위 `투 트랙' (두가지 병행) 대처를 정부의 공식기조로 삼고 `국가정상 차원의 직접적 대응'은 가 급적 삼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이 9일 기자간담회에서 "고구려사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공식입장과 대응은 외교부를 통해 적절하게 해나갈 것이고 이에 대한 공식적 확인도 외교부를 통해 해주기 바란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이다.

또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중국 국가 정상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중앙정부가 ` 지방정부의 일'이라며 대응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때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외교적 갈등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강조한 것은 정부의 스탠스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1948년 이전 한국 역사 기록을 삭제한 것이 `고구려사는 중국 역사다'라는 말은 아니고 이번에 문제된 것은 길림성에 서 시작됐으며 중국정부가 교과서에 반영한 것도 아닌만큼 중국정부가 `고구려사는 한국사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 대통령은 소모적 정치공방을 벌이거나 갈등양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근본적 해결을 위해 한.중.일간에 역사문제에 대한 공동 연구와 합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며 "이는 딱히 고구려사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한 언급이 아니라 일본역사 문제가 제기된 이후 강조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이 여러 국정현안 대처방안을 포괄적으로 담게 될 것으로 보이는 8.15 경축사와 관련,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전제 아래 적어도 지금까지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언급을 포함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앞서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강행 방침을 비판했던 전례가 있어 상황변화에 따라 적절한 선에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연합뉴스 / 고형규 기자 200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