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中 `동북공정` 알고 대응하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했음에 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의 일’ ‘네티즌과 중국 학자들의 불만 ’ 등을 이유로 사실상 우리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자 온 나라가 중국 성토에 법석을 떨고 있다.

외교 차원에서의 원상 회복과 재발 방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단기적 전략과 함께 또 한편으로는 고구려 연구를 강화하고 고구려사 대책회의 주재자를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격상시키며 대통령도 한·중·일 역사를 포괄적으로 연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가 하면, 모처럼 정치인들도 국회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25일이면 13주년이 되는 한·중 수교 이래 최대 위기라면서 “미국보다 중국”을 외쳐 왔던 사람들마저 ‘친중 외교’를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에 관련된 사안이라면 ‘조용한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던 우리 정부의 외교적 항의에 중국도 조금은 당황해하는 눈치다. 역사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학술기관 간의 연구를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나,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해 버린 것으로 볼 때 중국이 우리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그러나 본질적 측면에서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중국측의 관점이 변화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고구려사 왜곡이나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우리만의 문제로 좁혀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대외관 및 외교정책의 기조와 깊숙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정부는 외교정책 에 있어서 사회주의 노선에 기초한 소극적인 외교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이른바 ‘제국주의적 사회주의’의 특성을 띠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함과 동시에 종합적 국력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세계적인 세력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경제대국에서 정치대국, 마침내는 군사대국으로 나아가려는 중국은 인권 문제나 민주화 탄압이라는 정치적 약점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저자세 외교(low profile diplomacy) ’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동북공정이 단순한 역사 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는 과거·현재·미래 문제를 연구하고, 공간적으로는 몽골·한반도·러시아와의 관계까지 포함하는 거대하고 종합적인 전략 프로젝트다. 특히,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기조는 ‘불통불란 불열불랭(不統不亂 不熱不冷)’ 전략, 즉 현상 유지다. 통일이 될 경우 북한이라는 안보적 완충지대가 없어지게 되는 중국으로서는 미국 과 일 그리고 한국의 이른바 남방삼각동맹을 저지하기 위해 막대한 군사력을 국경 지역에 배치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완전한 국가의 통합을 이루려는 것이다. 티베트의 자치독립 요구, 신장위구르지역과 내몽골 지역 소수 민족들의 분규를 잠재우고, 한편으로는 대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영토의 통합과 이민족 간의 결속력을 높이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측의 항의와 요구에 대응한 전략은 중국의 전통적인 대외 관계의 틀 속에서 보면 설명이 가능해진다. ‘구동존이(求同存異)’ 즉 서로 의견이 일치되는 것은 가능한 한 합의를 도출해내지만 견해 차이가 있는 것은 일단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중국이 쉽사리 단기간 내에 동북공정의 연구 대상을 축소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상대하기 어려운 나라인 중국을 다루는 것은 단기적이고 순간적인 즉흥적 대증 요법은 통하지 않는다. 중국은 시간과 공간적인 측면에서 우리와는 너무나도 멀고 다른 나라이기 때문 이다. 중국을 아는 체하는 사람은 많지만 중국을 바로 아는 전문가들이 너무 적은 것이 안타깝다.

(문화일보 200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