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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 정치아닌 역사로 풀어야
전직 주중대사 '고구려사 왜곡' 인식과 해법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우리정부의 시정과 재발방지 요구를 거부하면서 한·중 관계는 수교
12년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민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우리 정부로서는
효과있는 외교적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구려사 왜곡을 학술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한다는 전략만 내놓고 있다. 감정적 대응을 냉철한 국익외교로 발전시킬 구체적 방식은 어디에서 찾아야할 것인가. 문화일보는 차례로 주중국 대사를 지낸 황병태 정종욱 권병현 홍순영
전대사들로부터 작금의 고구려사 왜곡사태에 대한 인식과 바람직한 해법을 들어왔다. 현 김하중 주중대사는 6대째이며, 초대 노재원 대사는 미국에
체류중인 관계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황병태 2대 주중대사(현 대구한의대 총장)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5000년 역사 중 단 한번도 다른 나라를 인정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중국인들에게 다른 국가는 없었다. 한국이나 만주 모두 동이(東夷)였다. 덩샤오핑(鄧 小平)의 개혁개방정책 이후에 들어서야
민족국가로서의 정립을 시작했다. 민족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첫째 언어, 둘째 역사, 셋째 정치와 경제다. 중국은 정치와 경제를 이뤘으니
이제 되돌아가 문화를 찾자는 것이다. (고구려사 문제도)중국이 민족국가로서 역사적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환이다.
중국의 패권주의에 인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과정인 중국을 이웃나라인 우리와 토론할 수 있는 광장으로 불러내야
한다. 양국학자끼리 논의해서 정리해야한다. 고구려는 민족국가라기 보다는 부족국가였다. 이 부족국가를 놓고 어떻게 해석해야할 지를 학술적 차원에서
토론해야한다. 정부차원에서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외교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 제일 중요한 것은 중국의 상황을
면밀히 아는 것이다. 중국이 왜 저러는지 파악하게 해야한다. 그래야 우리들이 처할 처신이 가능해진다. 곧 나올 중국의 국정교과서를 지켜봐야한다.
◈정종욱 3대 주중대사 (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 정부가 단순히 우발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랫동안 검토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소수민족 문제와 국경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과거 의 역사에 대한 정리를 학문적으로
하려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속방관계를 확인함으로 해서 현재의 정치적인 대외관계에 있어서 적용하려는 동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중국의
패권주의적 발상이라는 일부 보도는 적절한 성격규정이 아니다. 우리정부는 원칙에 입각해서 대응해야겠지만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풀어서는 안된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한다.
과거사 문제를 현재의 상황속에 투영시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여론이 역사적인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고구려사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교는 감정으로 할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구려사
문제는 냉정하게 대응하면서도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중국과 협의해 나가야한다. 중국 역시 양국관계를 저해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양국 간에
냉정한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권병현 4대 주중대사(현 동북아연구원장) 중국이 왜 저렇게 하는지 이해 안되는 부분이 많다. 중국이 원체 다면적이 돼서 일면만 가지고
말하기는 어려워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해결방안도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정리해보려고 하고 있다. 다만 너무 흥분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홍순영 5대 주중대사(현 명지대 사회과학대 석좌교수) 동북 3성은 5000년 역사동안 중국의 속국이었다. 고구려는 그 중 700년동안
한민족이 지배계층으로서 그 지역을 다스렸던 기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구려사를 근거로 그 지역이 마치 우리나라 땅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 지역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고 선교사들은 조선족들을 선교하겠다고 수천명이 가 있다. 중국으로서는 중국의 아이덴티디에 대한
도전, 단일성을 해치는 일로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만큼 중국의 단일성을 해치는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의식이
강하다. 동북 3성이 흔들릴 경우 신장(新疆)성과 티베트, 대만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동북공정 등은)
중국의 아이덴티티와 단일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만주를 수복할 것도 아니고, 그 지역은 원, 청 등 중국 왕조의 땅이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고구려사 문제는 학자들에게 맡겨야한다. 역사문제는 역사로 해결해야지 감정적, 정치적으로 해서는 안된다. 역사학자들의 토론을 통해 고구려
700년은 우리민족이 지배계층이었다는 사실을 사료 등을 통해 정확히 하되 그 이전과 이후는 중국 지배를 받았다는 것도 인정해야한다. 답답한
문제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문제, 대북문제 등 중요한 문제가 많은 만큼 여기에 너무 매달려서는 안된다. 중국이
대국 근성이 있어 우리를 속국으로 보는 복심이 있다. 거기에 맞서려면 신의, 성실로서 눌러야지 정치력, 국민감정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치화하지 말고 학자들의 연구에 맡겨야한다.
한민족의 고구려 지배는 학자들의 역사적 고찰을 통해 사실대로 기록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한다.
(문화일보 / 김석·유희연기자 200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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