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史 왜곡 함께 대응" 여야 처음으로 한목소리

정체성ㆍ정수장학회등 대립서 한발후퇴 주목

17대 국회 개원 이후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총체적으로 대처하자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상생의 정치로 이어지는 교두보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는 이번 문제가 일본의 역사 왜곡보다 더 심각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국회 차원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특위` 구성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그간 대립정국을 조성한 △경제정책 노선 △국가정체성 및 국가보안법 개폐 △정수장학회 등 `3대 갈등 요인`도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정치권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역사 왜곡 대응 과정에서 양당 간 정치 이슈의 선점경쟁 양상도 노출되고 있는 데다 정부와 여당 일각의 온건론도 대두되고 있어 `기본인식의 공유`라는 변수만으로 `상생의 징후`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처음으로 한목소리 =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 시정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고조된 `반중(反中) 여론`에 힘입어 여야는 한목소리로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 △정부ㆍ정치권ㆍ학계의 총체적 대응 △남북한의 공동 대응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대변인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분명히 역사주권에 관한 문제이므로, 강한 톤의 표현으로 항의하고 지속적으로 시정을 촉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정봉주 의원은 "이 문제에 있어 여야가 없고, 한나라당이 각종 국가고시에 국사 과목을 포함시키자고 하는 데 나도 동감"이라며 상대당 주장을 동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9일 당내에 `고구려사 왜곡 대책특위`를 구성한 뒤, 박진 국제위원장과 임태희 대변인을 주한중국대사관에 보내 항의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국민의 자존심과 정신을 지킨다는 비장한 각오로 직접 나서 달라"고 밝혀 그 동안 폄하기에 바빴던 대통령의 역할론까지 강조했다.

◆3대 갈등 요인도 타협 가능성 = 모처럼 여야의 공동 보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가정체성 논란도 다소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역사 왜곡 대응 정국` 속에서 정체성 논란이 정쟁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판단, 논쟁을 접자는 `주화론`이 세를 얻어가고 있다. 정수장학회의 환수를 주장했던 장영달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정체성 논란을 계속 원한다면 물러서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민생경제와 외교 안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국면 전환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9일에도 정체성 공세를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지만, 경제 부문에 대한 대선 약속 이행 등을 새로운 이슈로 제기하면서 정체성 논란을 외교와 경제에 이어 제3의 이슈로 `톤다운`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기류는 정체성 논란에 대한 당내 소장파의 비판이 멈추지 않은 데다 어느 정도 효과도 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정책 노선 문제에 있어서도 그간 좌파적 노선이라는 야당의 공세를 받아 왔던 열린우리당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완화 또는 폐지 등을 담은 15개 시장친화적 규제완화책을 밝히면서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헤럴드경제 / 박도제ㆍ임진택 기자 200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