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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의 `또하나의 시련`
김선일납치 이어 고구려史 왜곡 항의 빗발… 여론ㆍ외교 사이
고심
머나먼 열사의 땅, 이라크에 김선일 씨를 빼앗긴 외교부가 5000년 한민족 역사 중 가장 자랑스러운 고구려마저 중국에 고스란히 내줄 위기에
처했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대한민국의 고대사로 인정하지 않고 교과서에서 제외시킨 것. 한ㆍ일 간 역사교과서 분쟁에 이어 중국마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무시한 사건으로 국민적 반감이 뜨겁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고 김선일 씨 사건이 명확히 결론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대형 사고(?)가 터져 외교부 수장인 반 장관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 외교부는 물론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는 연일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하는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단교론을 비롯해 △대만과의 복교론 △티베트 지원론 등을 제기하는 한편 △촛불시위와 중국산 불매운동을 제안하는 등 반중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일단 한ㆍ중 학술교류 등을 거부하고 고대사 검증을 통해 중국 정부에 합리적인 시정을 요구키로 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1992년 수교 후 비교적 무난히 달려온 한ㆍ중 관계가 냉각될까봐 노심초사다.
반 장관으로선 안으로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에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이 두렵고, 밖으로는 잘나가던(?) 관계가 틀어질까봐 전전긍긍인 셈.
더군다나 그 동안의 외교 현안(한ㆍ미 관계의 재정립, 고 김선일 씨 피랍사건, 이라크 파병 등)에서 줄곧 낙제점을 받아온 그로서는 국민적
평가의 마지노선에 와 있다.
반 장관은 손자병법을 쓰는 나라, 중국을 맞아 `국가 대 국가`의 한판 외교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썩 탐탁지 않을 수도 있다.
큰 손해를 발생시키고 겨우 이기는 `용전감투(勇戰敢鬪)`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싸움 중에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 있다. 이른바 빼앗기면 안 될 고지를 두고 싸우는 전쟁이다.
고구려사 또한 잃어버리면 안 될 고지에 다름아니다. 한국의 과거와 미래가 단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반 장관은 고지의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다.
이 시점에서 과거 제갈공명에 대한 평가를 되새겨볼 만하다.
동맹국들은 제갈공명에 대해 "두려웠지만 동시에 친근했다"고 평했다. 국가 간 원칙과 경계가 분명했다는 방증이다.
반 장관에게도 이 같은 협상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헤럴드경제 / 이준혁 기자 200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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