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차분하게" vs 한나라 "단호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장기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차분하고 내실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9일 "우리가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우리 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것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해주기를 바라고 그럴 때 초당적 협력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고구려사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중국의 역사왜곡 시도를 저지하고 포기시켜야 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단기적인 외교마찰을 각오하고서라도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역사왜곡이 교과서 개정 등의 형태로 현실화돼 역사와 민족의 과거가 송두리째 뽑히는 이런 상태를 방치한다면 동북아 중심국가는 커녕 변방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유감표명을 검토키로 한 것은 적절한 대응책의 하나지만 단순한 검토가 아니라 단호하고 엄정한 자세로 중국에 역사침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단군조선과 고구려의 정통을 잇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며 북한도 역사 바로 세우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 있어야 초당적 협력 가능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이 벌써부터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이 의장은 이날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의 역사 왜곡에 장기적이고 학술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벌써부터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또 "여야가 국회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여당의 성향상 중국에 대해 강하게 나올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든다"며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의장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실세들이 '우리 역사는 실패한 역사, 수탈당한 역사' 라는 등의 역사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취적이고 뻗어나가는 고구려 역사 문제 등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박진 국제위원장과 임태희 대변인, 박찬숙 의원이 이날 오후 4시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고 5시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을 방문해 당의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서면으로 중국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중국 대사관 방문해 서면 입장 전달하기로

반면 열린우리당은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차분하고 내실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에서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외교와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자신도 "다음달 초 북경에서 열리는 아시아 정당회의에 참석해 중국측 정치지도자들과 만나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의원은 "여야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외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다만 감정적으로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와 학계 중심으로 꾸준히 대응할 필요있어"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에 대해 동북아시대위원회 등 대통령 자문기구에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최근 내부회의에서 한,중,일 3국이 역사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세나라의 공동연구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이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북아시대위는 남북한과 중국, 일본의 학자들이 참가하는 국제학술회의를 열거나 국제기구를 통해 고구려가 명백히 한국사의 뿌리임을 알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또 지난주말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열고 고구려사 실무대책협의회를 차관보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고구려사 왜곡문제는 중장기적인 해결책 마련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 "근복적인 대응방안 마련하라" 지시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주중 대사를 소환하는 등의 단기적으로 접근해서는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시정 요구를 중국이 거부했는데 이를 정치 쟁점화하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해봐야 외교갈등만 불거질 뿐 해결될 것은 없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은 "정치적,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역사 교과서 왜곡 등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 만큼 우리정부도 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고구려사 왜곡문제에 대해 정부차원의 추가대응은 없다는 것으로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싼 한중간 마찰은 장기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정서가 격앙돼 있어 장기전으로만 대응할 경우 저자세로 비쳐질 수 있어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

CBS정치부 이재기/김주명기자

(노컷뉴스 200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