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史 韓ㆍ中갈등 장기화

정부는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우리측 시정요구를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장기적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중국측과의 교섭을 지속키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고구려사 왜곡관련 실무대책협의회를 차관보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고구려사 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자는 뜻이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중국측에 정면 대응해 나가되 감정적 대응으로 한ㆍ중 간 외교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중대사 소환 등 강경조치를 유보하는 대신 앞으로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측에 고구려사 왜곡 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외교부 장관 등 양국 고위층 회담 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에 한국 ㆍ중국ㆍ일본 3국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연구해 고구려사 왜곡 문제점을 시정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동북아시대위원회는 고구려사 문제를 비롯한 3국간 역사문제 해결 방안으로 △ 관계 부처간 협의를 통한 의제 설정 △국내 역사 전문가 초청을 통한 자문 △ 한ㆍ중ㆍ일 3국이 참여하는 국제학술회의 △유네스코(UNESCOㆍ유엔교육과학문 화기구)에서의 공론화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외교통상부 박준우 아태국장은 지난 6~7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측에 고구려사 왜곡을 강력 항의하고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고구려사 원상 복구를 요구했지만 중국측은 우리측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외교부 일개 국장이 가서 하루 교섭한 것을 두고 '거부당했다' 단정해선 안된다"며 "기존 외교채널을 이용해 우리 입장을 계속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우리가 강력 항의하고 요구한 것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중국도 나름대로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대응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 하지만 그는 중국측이 주장한 학술교류를 통한 문제해결에 대해 "현재 상태에선 학술교류의 성과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여야는 8일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 국회 특위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여론에 휩쓸려 감정적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 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의 고강도 대응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9일 오전 국회에서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해 이수혁 차관보로부터 외교부 업무보고를 받고 당 차원의 대응방안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한나라당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민족 정통성 수호차원에서 대처키로 하고 국사과목의 대학입시 필수과목화와 민족사 연구관련 예산 대폭 확충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9일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을 항의 방문해 고구려사 왜곡 시정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박근혜 대표는 13일 리빈 중국대사를 만나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따질 예정이다.

<최용성 기자 / 박만원 기자>

(매일경제 200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