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구려사 왜곡, 학술 연구 통해 장기적으로 풀겠다"

정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학술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금까지는 항의와 원상 회복 요구라는 강성 기조에 바탕을 둔 단기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론 현실을 고려, '압박과 내실화'라는 '투 트랙(two track)'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압박 트랙은 지금까지의 원상 회복과 재발 방지 요구를 계속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고구려사뿐 아니라 1948년 이전의 한반도 역사를 통째로 없앤 중국 외교부의 홈페이지 복원, 중국 지방정부 및 베이징 대학의 역사 교재 등 출판물에 의한 고구려사 왜곡 시정 요구가 포함된다. 또 올 가을로 잡혀 있는 중국 중.고교 교과서 개정 과정에서 고구려사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한국 과거사를 홈페이지에서 들어낸 것은 거부가 아니라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지속적으로 왜곡 방지를 요구하고 교섭하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전략이 성공할지에 대해 정부 스스로도 회의적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중국은 교섭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실토했다.

내실화는 고구려에 대한 학술 연구를 강화하고 연구 성과를 국제사회에 전파해 우군을 늘리는 것이다.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 어려운 장기 전략이다. 여기에는 ▶국내 고구려사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고구려사는 한국사라는 국제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내용이 포함된다. 구체적으론 지난 3월 1일 발족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고구려 연구재단을 활성화해 이를 국제 학술 교류가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중국과 합의한 한.중 고구려사 공동 학술회의 개최에 당장은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7일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고구려사 대책회의 주재자를 현재 외교부 차관보에서 외교부 차관으로 격상시킨 것도 장기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투 트랙 접근에는 외교부뿐 아니라 교육부 등 관계 부처가 상당기간 공동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게를 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장기전을 겨냥한 정부의 대응이 격앙된 국민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앙일보 200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