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모르고 中·日과 싸울 수있나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의도가 노골화되고 있어 각계의 뜨거운 비판과 대응 노력이 촉구되고 있다. 중국의 태도는 6월말 중국의 영토에 있는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크게 달라졌다.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가 일제히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지난 4월엔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를 삭제하더니 이제는 해방 이전의 한국사를 송두리째 삭제했다. 한마디로 역사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내년도는 중국의 역사 교과서가 전면 개편될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고구려사 문제가 이제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심심찮게 거론 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의 역사교육과 역사교과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매우 시급하다.

현재 중국의 의무교육과정에서는 중국사와 세계사가 필수교과로 다루어지고 있고 지역적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자국사 4권, 세계사 2권을 학습하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사와 세계사는 필수교과의 지위를 상실하고 시수가 감축됨에 따라 역사교육의 비중은 종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학생들이 접하는 교과서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국사교과서 각 1권, 세계사는 고등학교의 선택과정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학생이 접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과목 축소와 시수 감축은 역사과목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 량의 감축이라는 교육과정의 기본방향에 입각한 것이긴 하나 수시로 불거지는 인근국 간의 역사논쟁을 감안해 볼 때 역사가 다른 과목과 동일한 입장에서 고려되고 또 그럴 수 있다는 진단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

역사적 이해와 역사적 사고기능을 함양하는 것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아는 것을 넘어서서 역사적 기록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생활에서 정확한 결정을 하는 토대가 되는 확실한 역사적 전망이나 주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한 깊은 열의와 관심을 갖는 후속 인재의 확보와 양성이라는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국민의 역사적 교양을 제고 하는 것과 동시에 역사전쟁의 든든한 기초자원을 확보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역사교과를 필수화하고 시수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단순한 역사적 지식 습득을 넘어서서 역사적 사고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역사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 이는 학계가 나서서 해야 할 몫이다.

중국과의 역사전쟁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외교적 노력과 동시에 안으로 역사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국민의 역사적 교양과 전망을 제고해 나갈 때만이 노골화되고 장기화되는 중국과의 역사 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든든한 상비군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구난희 고구려연구재단 협력실장>

(문화일보 200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