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구려史 왜곡실태

정부-대학-언론-학계 `4위일체'

중국이 지난 5일자로 1948년 8월15일 한국 정부 수립 이전 한국사(史)를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통째로 삭제하면서 한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역사전쟁'에 돌입했다.

한반도 역사 왜곡의 출발점인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부터 외교부 홈페이지의 한국역사 삭제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실태를 정리해 본다.

◇고구려사 왜곡의 시작 `동북공정' = `동북공정'이란 '동북변강사여현장계열연 구공정(東北邊疆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약자로서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지리.민 족문제 등을 연구하는 국가적 연구 사업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96년 핵심 연구과제로 `동북공정'을 지정한 뒤 2002년 2월 `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공식출범함으로써 고구려사의 자국사 편입 작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고구려를 고대 중국의 지방민족정권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

고대 중국 변경에 대한 이론 연구, 동북지방사 연구, 동북민속사 연구, 고조선. 고구려.발해사 연구 등 다양한 영역을 망라하고 있고, 한국 고대사와 관련한 연구 과제로는 `고구려 민족과 국가의 연변', `조선반도 민족.국가의 기원과 발전', `말갈.발해와 동북 각국.각족 관계사 연구', `고구려의 족원과 강역', `발해유지와 현상조사연구' 등이 제시돼 있다.

중국측은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편입시키기 위한 주요 근거로 ▲고구려가 중국영역 내의 민족이 건립한 지방정권이라는 점 ▲활동중심에 있어 몇 번의 천도가 있었으나 한사군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고구려가 줄곧 중국 역대 중앙왕조 군신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 ▲고구려 멸망 후 그 주체집단이 한족에 융합됐다는 점 ▲고구려의 고씨와 고려의 왕씨는 혈연적으로 다르며 시간적으로 250년이나 차이가 난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끝없는 역사왜곡' = 중국의 공식입장이 담긴 외교부 홈페이지(fmprc.gov.cn)를 통한 한국사 왜곡은 `점입가경'이다.

중국은 지난 4월8일 외교부 홈페이지 일본 국가개황에서 일제가 한국에 대한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작해 낸 식민사관인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지지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

"야마토(大和) 민족이 4세기 중엽 일본을 통일해 노예제국가인 `야마토국'을 건설, 일본을 300년간 통치했는데, 5세기초 융성기에는 그 세력이 조선반도(한반도) 남부까지 미쳤다"라고 왜곡, 기술한 것.

이어 지난 4월20일에는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했다.

홈페이지에서 한국사를 소개하면서 "서기 1세기 이후 한반도 일대에서는 신라, 고구려, 백제 3개의 다른 정권 형태와 소속관계가 다른 국가가 형성되었다"는 문구에서 `고구려'라는 단어를 아예 빼버린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9일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하고 김하중 주중 대사를 통해 중국에 직접 항의토록 하는 한편 리빈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7월말까지 복원하라' 고 요구하고 범정부 차원의 고구려사 실무대책협의회를 소집했다.

이 같은 한국정부의 압박에도 중국은 급기야 지난 5일 1948년 8월15일 한국정부 수립 전의 한국사를 전면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다급해진 정부는 박준우 아태국장을 베이징으로 급파, 중국 외교부 고위층에게 즉각 시정할 것을 강력 요구했다.

◇中언론까지 가세한 왜곡 =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중국 주요 관영언론은 지 난달 2일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부"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고구려 유적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결정소식을 전하면서 "고구려는 역대 중국왕조와 예속관계를 맺어왔으며 중원왕조의 제약과 관할을 받은 지방 정권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구려가) 민족적 특생을 지닌 문화를 창조했으나 중,후기에는 중원 문화의 영향을 매우 깊게 받았다"며 "견고한 산성, 웅장한 능묘, 휘황찬란한 고분벽 화는 중국문화의 중요한 구성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관영 인민일보도 "중국의 고대소수민족"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는 사실상 중국정부의 입장이란 점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왜곡과 함께 중국 정부 차원의 `역사도발'이라고 보고 있다.

◇中대학 교재로까지 확대 = 중국 명문 베이징(北京)대학과 상하이(上海)의 푸단(復旦)대학은 교양 역사교재에서 고구려를 중국에 복속된 지방정권으로 규정하며 고구려와 수나라를 군신관계로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대학이 출판한 대학교재인 `중국 고대 간사(簡史)'는 수 왕조의 멸망을 기술한 기술한 부분에서 "고구려는 오랫동안 조선반도 북부와 요동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비록 중원 왕조에 복속돼 있었으나 소란을 피웠다"고 표현했다.

이 책은 고조선과 관련해서도 "조선은 한(漢) 초기에 형성된 정권으로 연(燕)나라 사람 위만이 건국했다. 조선반도 북부를 차지하고 있었고 수도는 왕검성(王險城. 현재의 평양)이었다"며 고조선의 존재를 부정했다.

푸단대학 교양역사 교재인 `국사개요'도 "수나라와 고구려 관계는 실질적인 군신관계로 넘어갔고 이런 국제관계 변화 속에서 수의 고구려 원정이 이뤄졌다"고 고구려와 수나라 관계를 실질적인 군신관계로 묘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라는 지침을 일선 교육기관에 하달했고 이를 계기로 조선족 역사학계 내부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중국의 초.중.고등학교 교과서는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지 않으나 이런 추세라면 중국 당국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교과서에서 `고구려사는 중국사의 일부'라고 명시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 200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