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조로 中 무력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남북 당국의 공동대응 가능성을 정부 고위당국자가 제기, 주목된다. 남북은 지난 2월 13차 장관급회담에서 “각각 알아서 대응하자”는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정부의 남북공조 방안은 일단 우회적이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6일 언론브리핑에서 “남북당국간 회담이 열리면 고구려 고분 및 벽화 보존을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발전적 논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면적인 공조는) 북·중간의 특수관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북·중관계의 특성상 중국을 겨냥한 ‘남북공조’에 북한이 적극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구려 문화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홍보, 중국의 왜곡 움직임에 간접적 항의를 표시하고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해석이다. 북한 평양방송은 6일 “고구려 사람들은 강한 체력과 투지, 높은 무예를 소유해 외적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용맹을 떨쳤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입장을 감안, 남북 학술단체간의 공동연구를 측면지원할 생각이다. 2001년 이후 매년 유네스코에 10만달러씩 기탁해온 북측 문화유산 보존기금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간부문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북측 학자들은 최근 이달말 예정된 5차 남북공동학술토론회 실무접촉에서 “토론 주제를 고구려사로 하자”고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는 이에 따라 지난 2월 제4차 학술토론회 이후 본격 출범한 ‘남북역사학자협의회’를 중심으로 민간 차원에서 중국측의 왜곡논리를 학술적으로 무력화시킬 방안을 공동모색할 계획이다.

(경향신문 200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