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원상회복 요구에 무대응 가능성 韓·中 역사전쟁 장기화 조짐

주변국 여론 지켜보며 속도조절할듯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빚어진 한·중 갈등은 어떤 식으로 매듭될까. 한국 외교부가 박준우 외교부 아태국장을 베이징에 보내 시정을 촉구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우리의 기대만큼 중국이 반응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시나리오 1=장기화 가능성

중국정부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 있다. 우리 정부 관계자 대부분이 가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중국은 다만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면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여론의 추이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주변국의 비판까지 겹칠 경우 중국의 프로젝트 진행 속도는 더욱 늦어질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1996년부터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서 동북3성의 역사를 재정비하겠다던 중국이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 전망이다.

이 경우 우리 정부는 고구려연구재단 등을 통해서 역사적인 근거를 축적해 나가고, 국제학술회의를 통해서 중국의 역사왜곡을 적극 알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시나리오 2=중국의 수용 거부

우리 정부의 시정 촉구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한국 정부 수립 이전의 역사를 삭제해버린 사태와 같이 정면 거부할 가능성이다. 그동안 중국이 동북공정에 쏟아부은 노력과 예산을 감안한다면 이 가능성도 제법 비중 있게 거론된다. 이 경우 양국의 외교적 마찰은 불가피하다. 자칫 1992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한국 내의 여론이 들끓고 외교 교섭으로 한계에 부닥칠 경우 경제전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양국 모두 선택이 쉽지 않을 만큼 부담이 되는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3=중국의 전부 또는 일부 수용

중국에 있어 우리나라는 3대 교역국으로, 2002년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이 174억달러를 기록했다. 경제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이 아직은 역사문제에 매달려 한국 같은 수출대상국과 마찰을 빚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 이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한국 요구를 모두 들어주지 않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시도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 / 이하원 기자 200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