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中입장 불변땐 ‘특단대책’

정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민족사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북핵 문제와 탈북자 처리, 교역 등에서 중국의 협조가 긴요하지만 역사왜곡 문제를 이보다 훨씬 중대 사항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어물쩡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정부의 대응을 지켜봐달라”는 정부당국자의 발언이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정부가 조용한 해결 방침에서 적극 대처로 입장을 선회한 직접적 계기는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다룬 한국사에서 고구려 대목을 삭제한 뒤부터다. 중국 당국은 ‘고구려 대목을 복원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정부 수립 이전의 한국사를 모두 삭제하는 방식으로 응답했다. 자신들의 역사 왜곡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한국사 전체를 모독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처사란 것이 정부의 견해다. 본질을 외면하고 한국측 공격의 예봉만 피하려는 뜻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중국에 급파한 외교통상부 박준우 아태국장은 6일 중국 외교부와 중국 공산당 측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중국의 역사왜곡이 중앙정부 외에 랴오닝(遼寧)·지린(吉林) 성 등 지방정부와 현 단위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만큼 전국조직을 갖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 주재로 고구려사 관련 실무대책협 2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 수위가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상의 고구려 복원 ▲중국 지방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고대사 왜곡행위 시정 ▲출판물 등을 통한 왜곡 방지 등을 요구하기로 하고, 중국의 대응을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대응 강도를 높여간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중국측 태도다. 중국이 구체적 시정노력 없이 “고구려사는 학술적인 문제이며, 이로 인한 논란은 양국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경우 ‘특단의 대책’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당국자는 “일각에서 주중 대사 소환과 대중국 투자 중지 등의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중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2004-8-6)